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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동화

태교동화아름다운 행동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보듬은 허준


왕자님의 병
“여보게, 허준. 자네 소식 들었는가?”
동료 의관이 잰걸음을 재촉하며 허준에게 다가왔어요.
“무슨 일인가?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겐가?”
영문을 몰라 휘둥그레진 눈으로 허준이 물었어요.
“왕자님이 두창에 걸렸다는구만. 그 병세가 점점 심각해지는 모양일세.”
그 말을 들은 허준은 한숨을 내쉬었어요. 두창이란 천연두라는 병을 말하는 거예요. 천연두는 그 당시 아주 무서운 병으로 여겨졌어요. 한번 걸리면 살기 힘든 병이라고 생각되었지요.
“그 일이라면 나도 얼마 전에 들었네. 정말 큰일이야. 그런데 동궁에 있는 의관들은 왕자님을 어떻게 치료한다던가?”
“치료는 무슨. 두창이 어디 치료해서 낫는 병이던가. 하늘이 내린 병이니 저절로 낫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자칫
왕자님을 고친다고 나섰다가 병세가 심해지기라도 하면 그 책임을 물을까 두려워 나서는 이도 없다는구만.”
동료의 말에 허준은 다시 한 번 한숨지었어요.
“정말 큰일이로구만. 임금님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시겠군.”
그날 밤 허준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서고에서 책을 읽고 있었어요. 바람이 닫힌 창호지 문틈으로 들어와 책장을 파고들었어요. 실바람에 허준이 보고 있던 책장들이 팔랑거렸어요. 하지만 허준은 책장을 잡아 누를 생각도 잊은 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어요. 그의 머릿속에는 낮에 동료 의관과 나누었던 이야기가 빙빙 맴돌고 있었어요.
‘내가 한번 나서 볼까? 두창이라고는 하나 치료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닐 터인데…….’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어요.
‘아니지. 동궁에 있는 의관들도 왕자님이 잘못되면 큰 벌을 받을까 두려워 나서지 못하는데, 괜히 고친다고 나섰다가 정말 큰일이라도 벌어지면 그동안 고생한 것이 다 물거품이 될 거야.’
허준은 마음이 어지러웠어요. 서자로 태어난 허준은 신분 때문에 출세가 어려웠어요. 그런 허준은 우연한 기회에 유희춘 대감의 병을 고쳐 출세의 길을 얻게 되었지요. 일찍이 이조 판서를 지낸 유희춘 대감이 허준의 뛰어난 의술과 사람됨을 알아보고 궁궐의 내의원에 추천해 준 것이었어요. 허준은 내의원에서 성실히 일해 종4품이라는 벼슬도 받을 수 있었어요. 이런 허준이었기에 이 모든 것을 선뜻 포기하고 왕자의 병을 돌보겠다고 마음먹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요. 하지만 허준은 결국 결심을 했어요.
‘의원이 병자를 피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지. 내 아들 겸이가 두창에 걸렸다면 이렇게 망설였을까. 임금님도 한 아이의 아버지임은 나와 다를 바가 없어. 잠시라도 환자를 내 몸과 같이 생각하지 못한 것이 부끄럽구나.’
허준은 즉시 왕자의 병을 치료하겠다고 말했어요. 그러고 곧바로 왕자의 처소로 갔지요. 왕자의 몸에선 열이 펄펄 끓었고, 온몸엔 울긋불긋 종기가 돋아나 있었어요. 허준은 차분히 진맥을 하고 처방을 내렸어요. 약을 지어 올렸지만 왕자의 열은 쉽게 내리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뒤에서 허준을 비웃었어요.
“쯧쯧. 저래 봤자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괜한 헛수고를 하는 게지.”
“저러다 왕자의 병이 더 심해지면 궁궐에서 쫓겨날 것이 불 보듯 뻔한데…….”
하지만 허준은 쑥덕거리는 사람들의 말을 개의치 않았어요. 왕자 옆에 앉아 사흘 밤낮을 쉬지 않고 돌보았지요. 사흘째 되던 날이었어요. 펄펄 끓던 왕자의 몸에서 드디어 열이 내리고 왕자가 정신을 차렸어요. 그리고 차차 온몸에서 종기가 사라지더니 곧이어 두창이 씻은 듯 나았어요. 왕자의 병이 나았다는 소식을 들은 임금님은 크게 기뻐하며 허준을 불렀어요.
“허 의관, 자네의 뛰어난 의술과 지극한 정성이 왕자를 살렸네. 왕자가 잘못될까 봐 두려워해 아무도 나서지 못했거늘, 내 몸처럼 환자를 돌보는 자네의 정성에 하늘도 감동한 것이네. 내 자네의 공을 치하하여 벼슬을 내리니 사양하지 말게.”
그러자 여기저기서 불만의 소리가 들려왔어요. 어떤 이는 임금님 앞에서 반대를 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임금님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어요. 허준은 벼슬을 받은 것보다 자신이 두창을 물리쳤다는 사실이 더 기뻤어요. 하늘의 병이라 여겨 아무도 손을 못 쓰던 두창을 자신의 손으로 이겨 내었다는 생각에 허준은 그 어느 때보다 가슴이 뿌듯했어요. 그리고 더 많은 백성을 위해 자신의 의술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아름다운 행동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보듬은 허준



허준 許浚, 1539~1615
병든 사람을 내 몸과 같이 돌본 민중의 명의
어렵고 험난한 의원의 길을 가며, 허준은 밤낮으로 병마와 싸웠습니다. 낮에는 환자를 돌보았고, 밤에는 병을 고치기 위한 지식을 쌓기 위해 중국의 의서를 공부했지요. 하지만 중국 의서를 공부하면 할수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에서 나온 처방은 우리와 맞지 않는 것이 많구나. 우리 체질에 맞는 처방과 약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해.’
그러던 허준에게 기회가 왔습니다. 선조 임금이 허준에게 우리 실정에 맞는 의서를 만들어 보라고 명한 것이지요. 허준은 즉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그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한약재를 다루어야 함은 물론, 백성이 쉽게 보려면 모든 병의 원인과 증세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구성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한자 밑에 한글도 달아 주어야 했지요. 책을 완성하는 데에는 15년이란 긴 세월이 걸렸습니다. 그 사이 선조 임금이 죽고, 그 책임을 지고 귀양을 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허준은 책의 집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동의보감>입니다. <동의보감>은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습니다. 의원을 찾아갈 수 없는 가난한 백성도 이 책에 나온 대로 약초를 구해 먹고 스스로 병을 고치기도 하고, 병세가 호전되기도 하였습니다.
항상 아픈 사람을 내 몸과 같이 돌보며, 우리 의학에 밝은 등불을 비추어 준 명의, 허준. 그가 지은 <동의보감>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아픈 사람을 자신의 몸과 같이 돌본 허준의 따뜻한 손길을 전하며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지켜 주고 있습니다.

사랑을 담아서 이야기해 주세요.

나의 마음과 다른 사람의 마음은 모두 같단다. 내가 마음 아픈 일을 당했을 때 누군가 함께 슬퍼해 주면 그 슬픔이 반이 되듯이, 네가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렇게 된다면 네가 아플 때 너의 위로와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더 큰 도움을 줄 것이란다.
출처웅진 리빙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