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출산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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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출산준비남편과 함께 분만실 들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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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출산하는 아내의 손을 꼭 잡아주며 힘내라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 CF와 드라마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아기가 탄생하는 감동적인 순간을 부부가 함께하는 장면은 생각만 해도 감격스럽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아내가 아기 낳는 모습에 남편이 충격을 받을 수도 있고, 아내 역시 보여주고 싶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편과 함께 분만실 들어가기, 과연 득일까? 실일까?
연구 결과를 보면 남편이 분만에 대한 교육을 받고 분만에 함께 참여했을 때 임신부가 덜 불안해하여 정서적으로 안정이 된다. 남편 스스로도 분만에 참여하지 않은 남편보다 출산 후에 아기에 대한 애착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아빠들이 자기 자식의 탯줄을 잘라주고 감동의 순간을 함께했다는 뿌듯함을 느꼈으며 아내에 대한 고마움도 펑펑 솟아났다고 말한다.
그런데 가족분만이 반드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출산 장면을 직접 보는 것이 남편에게는 큰 충격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회음부를 절개하고 아기가 태어나는 모습을 직접 본 남편 중에서는 그 이후부터 아내가 여자로 보이지 않는다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그 충격으로 아내와 부부 관계 하는 것이 힘들어지기도 한다는 것. 아내가 여자가 아닌 어머니로만 보이거나 자신이 성관계를 하면 아내가 고통스러울 거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 등이 그 이유다. 또 아내 입장에서도 피범벅이 되어 진통하는 원초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가족분만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사랑한다고 해서 꼭 그런 모습까지 보여줄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앙쥬맘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가족분만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모아 정리했다.
남편과 함께 분만실 들어가기, 찬성합니다! 소중한 탄생을 함께해준 남편- ★바비★
산부인과 병동에서 2년 정도 근무한 간호사가 친구가 있었어요. 분만할 때 아기가 나오는 모습에 충격을 받는 남편들이 많다며 꼭 혼자 분만하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가족분만을 부정적으로 생각했죠.
그런데 다니던 산부인과는 가족분만실밖에 없는 데다 남편이 무조건 아기 탄생하는 순간을 꼭 지켜볼 거라고 다짐하더라고요. 친구 이야기가 생각나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그렇게 얘기해주는 남편이 정말 고마웠답니다.
양수소양증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유도분만을 하게 되어 새벽에 남편과 둘이서 아이를 낳으러 갔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열 시간이 넘는 힘든 진통 시간 동안 곁에 남편이 없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진통이 오는 순간엔 손을 잡아주고, 진통이 잠시 멈췄을 때는 재밌는 얘기도 해주고 임신육아교실에서 배운 손발 마사지도 해주었답니다. 드디어 아기가 탄생하는 순간이 왔고, 응원을 해주는 남편 덕분인지 세 번 힘주고 순산을 했답니다. 진통하는 내내 고통스러워하는 저의 모습과 한 생명이 탄생하는 신비로운 광경을 같이 지켜봐서인지 출산 후 6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정말 헌신적으로 잘해준답니다.
아빠의 입장에서 가족분만 찬성합니다- 자유인
아내는 34시간의 진통을 하다가 결국은 제왕절개수술로 아이를 낳았습니다. 저에게 아기의 탯줄을 자르도록 해주고 싶은 마음에 아내가 끝까지 참았던 거죠. 그동안 저는 아내가 힘들 때마다 손을 잡고 산모교실에서 배운 심호흡을 유도해주었습니다. 아내가 걱정되는 마음도 컸지만 무엇보다 아기의 탄생 순간을 보고 싶은 마음에 34시간 동안 잠을 안 자고 버틸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아내와 아기의 모든 순간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인지 몰라도 남편이 분만실에 들어가는 것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아내의 임신 기간에 산모교실에 등록을 했고 같이 가서 여러 가지를 배웠는데, 거기서 보여준 출산 장면을 보고 저희 부부는 감격의 눈물까지 흘렸거든요. 아이를 낳기 위해서 애쓰는 아내와 세상에 나오는 아이의 모습이 어떻게 충격적일 수 있을까요? 충격보다는 고마움이 앞서지 않을까 싶은데요. 제일 힘이 들 때 남편이 옆에 있으면 아내도 더욱 더 힘을 낼 수 있겠죠. 더불어 아빠는 아내와 아이를 모두 보면서 더 큰 감동을 느끼지 않을까 합니다.
가족분만을 하진 않았지만, 찬성해요!- 승현마덜
저는 첫애를 자연분만으로 두 시간 만에 낳았는데, 아기 낳고 걸어 나오는 저를 보고 사람들은 아기를 정말 쉽게 낳는다고 말하더군요. 나름대로는 너무 힘들게 낳았던 저는 그 말에 무척 서운했어요.
전 가족분만은 하지 않았지만, 남편이 함께 있어준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저의 온갖 모습을 다 보게 되겠지만, 평생을 같이 살아갈 사이인데 창피한 일은 아니죠. 옆에서 출산하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힘든지 간접 체험을 한다면 아내의 고통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육아와 가사도 더 많이 배려하지 않을까요. 그땐 출산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혼자 분만실에 들어갔지만, 지금 생각하면 가족분만을 할 걸 하는 후회도 살짝 드네요.
가족이라면 출산의 고통도 함께 나눠야죠!- 유나마망
첫째와 둘째 아이 모두 가족분만실에서 자연분만으로 낳았답니다. 물론 두 번 다 남편이 곁에 있었고요. 분만 과정을 남편이 함께하면 부부 관계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꺼려하는 경우도 있지만, 남편은 교육용 비디오로 분만 과정을 적나라하게 봤다며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첫아이는 18시간 진통에 분만실에서도 4시간 걸려 겨우 낳았고, 둘째는 아이 머리가 제 골반보다 커서 유도 분만으로 25시간 진통에 얼굴 실핏줄 다 터져가며 낳았답니다. 그런데 분만 형태는 비슷하지만 남편의 행동은 달랐어요. 첫째 때는 많이 떨면서 엄청 긴장하더니, 둘째 때는 가족분만실 내에 있는 소파에서 간간이 오락까지 하며 느긋하게 출산을 기다리더군요. 두 사람의 분신이 탄생하는 정말 중요한 순간에 남편이 곁에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죠. 아내가 얼마나 힘들게 출산하는지 남편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랍니다.
출산 장면을 직접 보지 않는다면 같이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까꾸로
첫아이 출산 때도 남편이 함께했고 둘째 아이 출산 때도 가족분만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기 낳을 당시 저 혼자였다면 남편이 두고두고 미웠을 거예요. 그래서 전 되도록 가족분만 하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단 아기가 나오는 장면은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좋겠어요.
첫아이 낳을 때 의사가 남편이 출산 장면을 보지 못하도록 제 머리맡에서 손만 잡아주라고 하더군요. 전 그게 정말 고마웠고요. 그래서 둘째 아이를 출산할 때도 아기가 나오는 장면은 못 봤습니다. 출산 과정을 함께하는 것은 좋지만, 아기가 나오는 것까지 직접 볼 필요는 없잖아요.
남편과 분만실 들어가기, 저는 반대합니다! 남편에게는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요- 한음엄마
남편은 가족이기 전에 남자고, 저는 아내이기 전에 여자잖아요. 그래서 저는 남편에겐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답니다. 진통하면서 힘을 주는 모습, 혹시 변이라도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그 모든 모습을 보여주면 여성적인 매력을 잃을까 두렵네요. 진통을 함께 하는 것은 좋지만, 아기를 낳는 순간을 위해 굳이 가족분만실 비용까지 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남편이 받을 충격을 생각하면? 전 반대!- 라온후제
출산 전부터 분만하는 모습을 남편에게 보여주는 게 왠지 싫더군요. 남편이 사랑하는 내 반쪽이고 가족인 건 맞지만 굳이 출산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남편에게도 함께 진통의 시간을 견뎌주는 건 고맙지만 출산할 때는 나가달라고 신신당부했죠.
극심한 고통과 피 냄새가 진동하는 분만의 과정은 당사자인 저에게도 너무 큰 충격이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남편이 들어오지 않게 했던 건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후에 남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남편도 그 결정이 더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전 같이하고 싶은데 남편이 거부하네요- 쩡이
첫아이를 낳을 때는 혼자 분만실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제가 진통하는 모습을 별로 못 봐서 그런지 남편은 제가 아이를 쉽게 낳은 줄 알더라고요. 전 반쯤 죽다 살아났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억울하기도 해서 둘째 출산할 때는 남편과 꼭 함께 들어가자고 했어요. 그런데 남편은 싫어하네요. 자기는 출산 장면을 보는 게 두렵다고 합니다.
남편에게 강요해서는 안 돼요- 소현맘~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은 경이로운 장면이기는 하지만 남편이 받을 충격을 생각하면 걱정도 되네요. 제 직업이 간호사라 학생 때 분만실 실습을 한 적이 있는데, 감격스럽긴 했지만 남자 의대생들과 함께 있자니 솔직히 좀 거부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전 분만 방법을 선택할 때 남편의 의견을 존중해주기로 했어요. 저도 가족분만을 원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남편도 좀 두려웠는지 가족분만을 하지 않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별 섭섭함 없이 분만실에 혼자 들어갔어요. 출산 과정을 함께하는 게 좋긴 하지만 아빠의 의무를 강요해 분만실에 들어가자고 해서는 안 되죠. 남편이 적극적으로 원한다면 함께하는 것도 좋겠죠.
강북삼성병원 산부인과 이교원 교수가 말하는 최근 분만 경향 “분만법에 관계없이 아기가 태어난 직후에는 아빠가 꼭 안아주세요”
최근 10명 중에 8명은 가족분만을 하는 추세다. 가족분만을 할 때 진통부터 출산 때까지 남편이 함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중간 중간 나가 있거나 임신부가 마지막으로 힘을 줄 때 잠시 밖에 있기도 하는 등 꼭 정해진 룰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가족분만 할 때도 아내 얼굴 쪽에 남편이 서 있도록 하고 출산하는 장면을 직접 보여주는 않으며, 아기가 나온 후에 아빠가 탯줄을 잘라주고 아기를 안아주도록 한다.
요즘에는 아기가 태어난 후 바로 탯줄을 끊지 않고 아기가 눈을 뜰 때까지 엄마의 가슴 위에 올려둔다. 태어난 아기는 급격하게 변화된 환경을 경험하는데, 이때 엄마와 바로 떨어지면 아기에게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이때 탯줄을 끊지 않은 상태에서 아기가 엄마 심장 소리를 듣도록 하면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아기가 눈을 떴을 때 엄마와 아빠 얼굴을 보게 하는데, 이는 부모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경험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보통 가족분만을 많이 권하는 편이지만, 산모나 남편 쪽에서 싫어하는 경우에는 일반 분만을 하는 것이 더 좋다. 남편이 옆에 있는 걸 불편해하는 임신 부는 남편이 곁에 있는 것이 오히려 더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또 남편이 출산하는 장면을 보는 것을 두려워하는데 억지로 분만실에 있는 것 또한 오히려 임신부의 정서에 좋지 않다. 그러므로 가족분만이 꼭 좋다고는 할 수 없으며 어느 쪽이든 임신부와 가족이 모두 원하고 편안한 방법을 택하는 것을 권한다.
가족분만을 하지 않더라도 아기가 태어난 직후에는 반드시 아빠가 아기를 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아빠가 느끼는 아기에 대한 사랑의 깊이와 감동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