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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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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법그림책으로 음식 태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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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것을 알고 나면, 아니 임신을 해야겠다고 계획하는 분들도 가장 먼저 조심하는 것이 먹는 것이지요. 술은 물론 즉석식품이나 외식을 줄이고 가급적 몸에 좋은 음식을 먹겠다고 마음먹습니다.
저 역시 첫째를 임신했을 때 가급적 집밥, 이왕이면 유기농 음식을 먹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입덧이 심해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침은 소면, 점심은 칼국수, 저녁은 짜장면. 밀가루 음식만 먹으며 한 달을 살았는데 알레르기가 생기더라고요. ‘한쪽으로 치우치면 문제가 생기는구나, 아이도 편견 없는 마음으로 키워야겠다’고 결심했지요.
이후 입덧이 가라앉자 하루 종일 먹을 것만 생각났습니다. 아침밥을 먹으며 점심 메뉴를 고민했고, 하필이면 먹고 싶은 게 그냥 ‘냉면’이 아니라 ‘대학 시절 학교 앞에서 팔던 냉면에 그 집에서 파는 주먹밥을 냉면 국물에 찍어 먹고 싶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생각났기에 냉면 한그릇을 먹겠다고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음식점을 찾기도 했습니다. 이왕 멀리 갔으니 비냉도 먹고 물냉도 먹었지요. 결국 지하철 화장실에서 토하면서 깨달았어요. ‘욕심을 부리면 안 되는구나. 좋은 것도 적당히 하고 선을 넘지 말아야겠구나’ 하고요. 둘째를 임신했을 때도 체력이 달렸지만, 그래도 네 살 딸아이를 먹이느라 집밥을 매일 했습니다. 덕분에 저도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었지요. 타인을 위한 것 같아도 결국 ‘나를 위한 것이구나, 늘 베푸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둘째 때는 입덧 기간 동안 먹고 싶은 것이 ‘친정엄마 밥’이었어요. 어릴 때 김치와 콩나물을 넣고 푹푹 끓여주시던 국밥, 전기밥통으로 만들어주신 카스텔라, 경상도식 콩잎김치가 먹고 싶어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그 음식들을 떠올릴 때마다 엄마가 얼마나 그립던지요. 아이 둘을 낳고 나서야 진심으로 엄마가 얼마나 소중한존재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껏 특별히 음식 태교를 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임신 기간의 식사를 통해 배운 것이 참 많네요. 비슷한 시기에 임신한 선배 언니를 만나 밥을 먹는데, 이 언니가 자꾸 자투리 음식을 먹는 거예요. 깍두기도 반듯한 것은 제게 밀어주고 자기는 부스러기를 먹고요. 제게는 두툼한 생선살을 얹어주고 자기는 가시에 붙은 것을 먹더라고요. 미안해서 “언니도 예쁜 것 드세요” 했더니 언니가 대답했습니다. “지금까지 난 너무 나만 위하면서 살았어. 그런데 이제 한 생명을 책임져야 하니까 이왕이면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어. 내게 부족한 베푸는 마음을 연습하려고.” 그날 깨달았습니다. 제일 좋은 음식 태교는 무엇을 먹는가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먹는가’라는 것을요.
<밥> 따뜻한 그림백과 시리즈 (재미난책보 글, 안지연 그림/어린이아현)그림이 참 예쁩니다. 저는 임신했을 때 밥 냄새만 맡으면 입덧을 해서 ‘밥’을 새롭게 보게 되었습니다. 이 그림책은 밥에 대한 책입니다. 밥이 되는 과정을 보면 씨를 뿌려 모를 내고 벼를 키우지요. 똑같은 쌀을 두고도 어찌나 이름이 다양한지요. 잘 알고 있다고 여겨왔던 밥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며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아, 이 책에서 첫 번째 밥으로 소개되는 것은 바로 엄마 젖이랍니다.
<수박이 먹고 싶으면> (김장성 글, 유리 그림/이야기꽃) 씨앗을 뿌려 수박을 키우고 지나가는 사람과 함께 나눠 먹는 이야기입니다. 수박을 먹고 싶으면 싹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하고, 저 혼자 큰 줄 알도록 때로는 모르는 척해줘야 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잘 자라라고 속삭여주고, 마음 아프지만 싹을 적당히 제거해줘야 남은 녀석들이 튼튼하게 잘 자란다는 것…. 무엇보다 나누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읽다 보면 수박 이야기가 아닌 육아서인 것 같아요. 저는 지금도 부모 노릇이 어렵다 싶을 때마다 이 책을 꺼내봅니다.
<맛있는 건 맛있어> (김양미 글, 김효은 그림/시공주니어) 육아서 같은 그림책입니다. 주인공 아이는 누가 무엇을 먹나 관찰합니다. 새는 감을 쪼아 먹고, 고양이 아노는 오이를 훔쳐 먹네요. 동생은 단추를 몰래 먹다가 들켰어요. 눈물 콧물 줄줄 흘리며 우는 걸 보니 되게 억울한가 봅니다. 아이는 피자는 크리스마스트리 같고, 스파게티는 몸 안에 길을 만들 것 같다고 상상합니다. 보글보글 찌개가 끓는 부엌에서 엄마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상상을 하는 아이들. 멀리서 보면 노란 불빛이 얼마나 따뜻한지요. 아이는 “맛있는 건 정말 맛있어”라며 감탄을 합니다. 가족과 함께 먹는 음식들이 아이의 마음도 건강하게 합니다. 글이 못 다한 이야기를 그림이 하고 그림에 의미를 담는 글이 어우러지는, 참 멋진 그림책입니다.
<기차를 타요> (구도 노리코 지음/책읽는곰) 펭수보다 더 웃긴 펭귄 남매랑 시리즈랍니다. ‘우당탕탕 야옹이 시리즈’를 비롯해 구도 노리코의 그림책들은 3~7세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싶은 장난을 태연하게 치거나 별다른 사건 없이 그저 비행기를 타요, 배를 타요, 버스를 타요 펭귄 남매랑 시리즈에 아이들이 왜 그렇게 열광하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산딸기 크림봉봉> (에밀리 젠킨스 글, 소피 블래콜 그림/씨드북) 칼데콧 그림책상 수상 작가인 소피 블래콜의 <산딸기 크림봉봉>에는 산딸기와 우유크림으로 만든 정통 서양식 디저트가 나옵니다. 200년 전 영국인 가족, 100년 전 미국의 노예와 주인 가족, 또 현재의 가족이 똑같은 크림봉봉을 먹습니다. 조리 방법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직접 소의 우유를 짜던 시절을 거쳐 가게에서 휘핑크림을 사 오고, 예전에는 노예가 했던 요리를 이젠 아빠가 합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산딸기 크림 봉봉을 맛있게 먹는 아이의 마음. 그리고 좋은 음식을 먹이겠다는 엄마의 정성이지요. 내가 먹는 것 중에는 ‘마음’도 있습니다. 좋은 마음만 먹고, 마음먹은 일은 꼭 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