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준비에서 아이용품 못지않게 필수적으로 챙기는 게 있다. 그건 바로 산모가 먹을 질 좋은 미역이다. 하지만 아무리 산모 건강에 절대적이라 해도 요즘 같은 여름철 무더위에 색다를 것 없이 비슷한 미역국을 연거푸 먹어야 한다면 절로 지치지 않을 수 없다. 이럴 땐 다른 건강 재료를 더한 새로운 미역 요리를 산모의 식탁에 올려보자. 다양한 모양에 기분 전환도 되고, 입맛 돋우는 데도 제격이다.
미역이 산모에게 좋은 이유
과거엔 삼칠일 이내의 산모에게 출산 직후 살생을 막는다는 뜻에서 쇠고기 대신 말린 홍합을 넣은 미역국을 끓여주었다고 한다. 그러다 산후 조리 기간이 길어지면 쇠고기나 닭고기 등을 넣어 끓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런 풍습은 식습관이 많이 바뀐 현대에 와서도 계속 이어져 산후 조리 시 산모의 식탁에는 예외 없이 미역국이 올라온다. 그렇다면 왜 미역국을 산후 조리 음식으로 먹게 됐을까? 그 효능을 알면 거부할 수 없는 일등 산후 보양 음식 미역의 무한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
<아기를 위해 엄마가 꼭 먹어야 할 임신출산 요리백과> 외에 다수의 책을 쓴 김명희 임산부 식품 연구가는 미역이 산후에 꼭 섭취해야 하는 식품으로 꼽히는 이유에 대해 아이를 낳으면서 잃었던 원기를 보충해주고, 빠른 회복을 돕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젖의 분비를 도와 모유 수유를 하는 엄마들에게도 제격이다.
“미역은 칼슘 함량이 많고, 산후 자궁 수축과 지혈의 역할을 합니다. 요오드 함량이 100g당 100㎎이나 들어 있어요. 요오드가 부족하면 신진대사가 느려지고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미역에 들어 있는 갑상샘호르몬인 티투신은 심장과 혈관의 활동을 원활하게 해주고 체온과 땀의 조정 신진대사를 증진시켜줍니다. 식이성섬유 알긴산도 포함돼 있어 배변을 원활하게 해주기 때문에 산후 음식에 미역만 한 것이 없다고 하는 거예요.”
좋은 미역은?
우리나라 근해에서 생산되는 미역은 기장 미역과 완도 미역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기장 미역은 매년 12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 수온이 유지되기 때문에 특히 질 좋기로 유명하다. 특징은 매끄럽고 잎이 암갈색이며 담백한 맛이 난다. 완도 미역은 기장 미역에 비해 잎이 넓고 생초의 색채는 청색과 검정색이 난다.
덥다고 차게 먹는 것은 금물
무더운 여름철에 뜨거운 미역국을 먹으려면 산모도 곤욕이다. 그렇다고 해서 산후에 너무 찬 음식을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명희 임산부 식품 연구가는 “산후에는 치아도 약해지고 찬 음식을 먹으면 이가 시린 경우가 많습니다. 여름철에는 미역냉국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있는데, 치아에 무리가 없는 선에서 너무 차지 않게 해서 먹어야 합니다”라고 조언한다. 미역국이 지겨울 땐, 지겨울까봐 재료를 달리 해서 넣는 참기름이나 쇠고기, 해물류 등 부재료를 제외하고, 순수 식재료 맛을 느낄 수 있는 맑은 미역국을 끓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좋은 미역만 있으면 만드는 방법도 간편하고, 맛도 깔끔하다. 만드는 방법은 마른 냄비에 생미역을 볶다가 물을 넣고 미역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푹 끓인 다음 조선간장으로 간을 하면 완성!
알고 먹으면 더 좋은 음식 궁합
미역과 음식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은 두부다. 콩에 함유된 사포닌은 많이 먹으면 체내 요오드를 감소시키는 작용을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요오드가 풍부한 미역이다. 미역은 철분, 칼슘, 단백질, 탄수화물과 각종 비타민 등 질이 좋은 영양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는데 물을 넣고 씻거나 끓이면 영양분의 손실이 커지므로 끓이는 물속에 영양분이 빠져도 다 섭취할 수 있도록 국물까지 다 먹는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다. 반면, 피해야 하는 식재료는 파다. 파에 들어 있는 인, 유황 등이 미역에 많은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고 파의 강한 냄새로 미역의 고유한 맛을 못 느끼게 하기 때문. 미역은 성질이 차고 짠맛이 나기 때문에 몸속에 열이 많은 소양인에게 좋은 식품이다. 미역의 알긴산은 유해 물질 등을 흡착시켜 체내로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데 파도 미끈미끈한 성분이 있어 알긴산의 흡착력을 떨어뜨린다.
미역처럼 산모 건강에 도움 되는 해조류
김, 다시마, 톳, 파래 등은 칼슘, 마그네슘, 칼륨 등이 풍부해 산후 조리에 도움을 준다. 특히 톳은 식이성섬유가 오이보다 2.5배, 사과나 배보다도 더 많을 정도로 풍부하게 들어 있다. 또 칼슘, 요오드, 철 등 무기염류가 많아 치아가 건강해지고 산후 빠지거나 손상된 머리카락에 윤기가 나게 해준다. 임신부가 톳을 먹으면 태아의 뼈가 튼튼해진다는 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