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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동화

태교동화깊은 사색으로 세상의 틀을 넓힌 이황


담장 너머 이웃집 밤나무
알록달록 오곡백과가 무르익고, 출렁이는 황금 곡식들이 온 논밭을 뒤덮은 어느 가을날이었어요. 화창한 가을 햇살은 밤이며, 감이며 여러 과실들을 더 튼실하게 키우고 있었어요. 밤송이 안에서 옹기종기 모여 자라던 알밤들은 굵직하고 탐스럽게 익어 가며 연신 밤송이를 톡톡 터트렸어요. 이황의 집 마당으로 뻗은 이웃집 밤나무에도 주렁주렁 탐스러운 밤이 가득 열렸어요.
이황은 책을 읽다가 잠시 쉴 때면 한가로이 마당을 거닐며 밤나무를 보며 즐겼어요.
“탐스럽게 익은 밤을 보니 어느덧 가을도 무르익는구나. 허허.”
하루는 이황이 책을 읽다 잠시 쉬려고 마당을 거닐 때의 일이었어요. 이웃집의 밤톨이 이황의 집 마당에 톡하고 떨어져 데굴데굴 굴러 갔어요. 이황은 떨어진 밤이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얼른 주워 이웃집에 휙 하고 던졌어요. 톡, 톡, 톡…….
밤이 익어 갈수록 더 많은 밤송이들이 입을 벌렸어요.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이황의 집 마당에 이웃집 밤이 떨어졌어요. 그런 밤을 볼 때마다 이황은 마당을 거닐면서 하나도 빼지 않고 모두 주워 이웃집 마당으로 던져 주었어요. 행여나 자기가 던진 밤에 이웃집 사람이 머리를 맞지 않을까 싶어 이황은 조심조심 던지곤 했지요.
며칠 동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두 아들은 또다시 마당에 나와 밤을 던지는 이황에게 다가와 물었어요.
“아버님, 왜 매일 밤을 주워 담 너머로 던지시는지요?”
이황은 두 아들을 보며 빙그레 웃으며 말했어요.
“작은 밤 한 톨이지만 남의 것을 욕심내면 안 된다. 우리 집 마당에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엄밀하게 이 밤은 이웃집의 것이 아니더냐. 그래서 밤을 보는 대로 주워 주인에게 돌려주고 있는 게지.”
아버지의 말씀을 들은 두 아들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리고 그 뒤로는 두 아들도 마당에 떨어진 밤을 볼 때마다, 얼른 주워 이웃집으로 획 던져 주곤 했어요.
“이리 오너라.”
하루는 이웃집 주인이 이황의 집으로 찾아왔어요. 하인이 쪼르르 달려나가 문을 열었어요.
“어르신, 댁에 계시는가?”
“예,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하인은 이웃집 주인을 모시고 이황에게 갔어요. 이황을 만난 이웃집 주인은 송구스럽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말했어요.
“어르신, 어찌 귀하신 어른께서 하찮은 밤을 주워 저희 집으로 던지시는 지요. 송구합니다. 이제 어르신 댁 마당에 떨어진 밤은 그냥 드십시오. 저희 집 마당에도 떨어진 밤이 많이 있습니다.”
옆집 주인의 말을 들은 이황이 말했어요.
“그럴 수는 없지요. 말씀은 감사하지만 내 것이 아닌 밤을 내 마음대로 먹을 수는 없습니다.”
이황은 정중히 거절했어요.
“지체 높으신 어르신께서 매일 밤을 줍는 게 죄송스러워 그럽니다. 제발 그냥 드십시오.”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더욱 모범을 보여야지요. 작은 것이라도 남의 것을 탐내다 보면 못된 버릇이 생깁니다. 그 버릇이 점점 커져 큰 잘못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게 되는 법이지요. 내가 밤을 주워 던지는 것은 이러한 연유이니 마음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어르신, 담장 너머 어르신 댁으로 뻗은 저 밤나무 때문에 성가신 일도 많으셨을 텐데요. 그렇다면 가지를 잘라 버릴까요?”
“아닙니다. 성가시다니요, 허허허. 오히려 지난여름엔 밤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어 시원하게 보냈고, 가을엔 집으로 넘어온 탐스러운 밤까지 구경했으니 저도 밤나무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게다가 이리저리 떨어진 밤을 주워 던지느라 굽혔다 폈다 허리 운동도 하고, 팔 운동도 하니 얼마나 좋습니까? 오히려 제가 고마워해야지요. 허허허.”
이황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이웃집 주인을 집으로 돌려보냈어요. 돌아가는 주인의 품에는 그새 이황이 주워 놓은 밤이 가득 있었지요.

깊은 사색으로 세상의 틀을 넓힌 이황



이황 李滉, 1501~1570
바른 마음가짐과 모범적인 생활로 조선 시대 최고의 존경받는 학자가 되다
조선 시대 이황은 평생을 정직하고 검소하게 살면서 높은 학문의 경지에 이른 인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황은 높은 벼슬에 오르고, 학문에 정진하면서 자기 것이 아닌 것은 탐내지 않고, 평생을 검소하게 지내 많은 백성에게 존경을 받았습니다. 이렇듯 청렴하고 곧은 이황을 임금님께서도 어여삐 여겨 늘 곁에 두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높은 벼슬을 내려 곁으로 불러들이려고 해도 이황은 학문에 힘쓰겠다며 번번이 사양했지요.
이황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해도 남의 것을 절대 탐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가짐을 평생 잃지 않고 실천하면서 살았습니다. 과거에 급제하여 관리가 되어서도 백성의 것을 빼앗아 자기 것을 챙기느라 바쁜 탐관오리를 꾸짖으며 백성을 편안하게 해 주는 일에 마음을 썼습니다.
검소하고 바른 마음가짐으로 평생을 산 이황은 늘 책을 가까이에 두고 책 읽기를 즐겼습니다. 그가 고향에 내려가 도산 서당을 세우자 이 소문을 듣고 전국 각지에서 이황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선비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모두 이황의 고매한 인품과 학식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요. 이황은 이 곳에서 몸을 아끼지 않고 자신을 찾아온 제자들을 가르치고 성리학을 발전시켰습니다.
이황은 죽는 날까지도 바른 마음가짐을 잃지 않았습니다. 70세에 이르러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그동안 내가 빌려 온 책들을 모두 주인에게 돌려주고, 장례를 간소하게 치르거라.”라고 당부했습니다.
평생 동안 바르고 곧은 마음가짐을 몸소 실천하며, 끊임없이 학문에 힘쓴 이황은 조선 시대 성리학의 큰 나무이자, 진정한 참 스승으로 그의 이름을 후세에 남겼습니다.

사랑을 담아서 이야기해 주세요.

아가야, 오늘은 자기 집에 가지가 넘어온 밤나무의 밤 한 톨도 주인에게 돌려주는 할아버지의 이야기야. 작은 욕심은 큰 탐욕을 낳기 때문에 위인들은 늘 이렇게 검소하고, 욕심을 버리며 살았단다. 엄마는 네가 물질로 풍요로운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출처웅진 리빙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