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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다섯 살, 내 아이의 성 지식은 어디쯤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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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좀더 큰 뒤 자연스럽게 얘기를 시작하면 안 될까요?” 조기 성교육을 둘러싸고 망설이는 엄마들이 적지 않다. 질문에 대한 답변부터 하자면 “그땐 너무 늦습니다”다. 부모가 성교육에 무관심할수록 자녀들의 호기심은 더 커진다는 게 어린이 성교육 전문가들의 의견.
조기 성교육, 왜 필요할까?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는 4~7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우리 몸을 지켜요’, ‘우리 몸은 소중해요’ 등 성학대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굿네이버스의 사회개발교육팀 이숙현 대리는 부모들에게 가능한 한 빨리 아이와 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라고 조언한다. 올바른 성의식 함양과 성학대 예방이 그 이유. 쑥스럽고 어색한 마음에 자녀의 성교육을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아이는 발달 단계상 성충동이 높아지고 성적 관심이 많아지는 청소년 시기로 접어들기 쉽다. 이 시기에 성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는 건 너무 늦다. 아이가 주변이나 매스컴 등을 통해 잘못된 정보와 정화되지 않은 성인문화를 흡수하기 전에 부모가 직접 개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성폭력 피해자 중 아동의 비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성폭력 피해 아동 10명 중 1명은 6세 이하라는 충격적인 보고(대검찰청 ‘범죄분석 2004~2008’) 또한 조기 성교육을 실천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학령기 이전 아이들은 자기보호 역량이나 자기방어 능력이 부족해 성학대의 위험 상황에 놓였을 경우 곧바로 피해를 당하기 쉽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 일찍부터 아이에게 몸과 성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면 아이가 성장하면서도 지속적인 대화를 나누게 된다는 이점도 있다. 늦어도 초등학교 입학 전에 성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다섯 살, 몸과 마음은 얼마나 컸을까? 자신의 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3~4세를 지나 5세에 접어들면서 아이는 남자와 여자의 성 차이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게 된다. 남자아이는 자라면 아빠처럼 되고 여자아이는 자라면 엄마처럼 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성 역할 놀이도 시작한다. 성기기(만 3~5세)의 시기라 불리는 이때에 성감대가 항문에서 성기로 옮겨가는데, 목욕 후 팬티를 입지 않은 채 실내에서 놀거나, 팬티만 입고 돌아다니는 등 벗기를 즐기는 것도 이 시기의 공통된 특징. 특히 성기를 노출하는 것을 좋아한다.
목동아동발달센터의 신재호 소장은 이 무렵은 초자아가 형성되는 중요한 때이며, 적절한 성 역할의 정체감 확립이 이루어져야 하는 시기라고 말한다. 성격 발달에도 중요한 심리적 변화가 일어나는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남아)와 엘렉트라 콤플렉스(여아)도 이맘때 겪는다. 남아는 자신의 성기와 아빠의 성기를 비교해 열등감을 갖기도 하며, 아빠와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남성의 역할을 습득해 사회적 규범을 익히게 된다. 반면 여아는 남아와 같은 성기를 갖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한 열등감을 갖다가 신체적 차이를 받아들이고 엄마와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자라난다. 결국 엄마 아빠의 올바른 관계가 다섯 살 아이에게 더없이 좋은 성교육 교재라 할 수 있다.
다섯 살 때 꼭 알려줘야 할 성 지식 01 남녀의 평등한 성 차이
“밥 짓는 것은 엄마처럼 여자가 하는 거야”, “남자는 아파도 울면 안 돼”등 이 시기에 그릇된 성 역할을 강요받은 아이는 커서도 융통성이 없고 고정된 사고를 하기 쉽다. 부모는 아이에게 건강한 성 역할 모델이 되어야 한다. 남녀가 어떻게 다른지, 남녀의 평등한 성 차이를 아이에게 올바로 알려줘야 한다.
02 정확한 성기의 명칭
아직 어린아이에게 정확한 성기의 명칭을 가르쳐줄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꺼려지기도 하는 게 사실. 하지만 성기에 대해 유독 궁금해하는 아이에게는 ‘음경’, ‘질’처럼 정확한 성기의 명칭을 인식시켜줄 필요가 있다. 남자와 여자의 생물학적 차이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생명과 관계된 소중한 신체의 일부분임을 이해하게끔 돕는다.
03 눈높이에 맞는 팩트
심리학자 번스타인은 아이들이 자주 묻는 출생에 관한 질문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심각한 게 아니라고 설명한다. ‘아이가 어떻게 태어날까?’는 ‘기린이 왜 목이 길까?’와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 아이가 궁금해하는 내용을 동물이나 식물의 예를 들어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는 것이 좋다. 아이의 수준에 맞추어 지나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거짓 없이 사실대로 일러준다.
04 성에 대한 긍정성
이 시기에는 성에 대한 질문도 훨씬 구체적이고 다양하다. 아이의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하거나 어물쩍 넘겨버리지 말고 정확히 답하는 게 좋다. 그렇다고 무조건 자세히 설명해주는 것보다는 아이의 생각을 먼저 들어보고 질문의 핵심을 파악한 뒤 거기에 맞게 답해주는 게 좋다. 이때 부모가 답하기를 불편해하면 아이는 성을 부정적인 것, 불편한 그 무엇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성에 대한 긍정성은 이때부터 길러진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이 시기의 성교육은 말하는 내용보다 말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다.T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