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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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아이에게 다양한 감정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 -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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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감정’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 하지만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지는 안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하면 원만한 사회성, 좋은 성적, 건강을 가지기 어렵다. 감정은 말 그대로 느끼는 것이지만, 학습을 통해 ‘제대로’ 배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감정교육’의 효과가 어릴수록 크다고 강조한다.
※ 감정과 성격은 다르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의 감정과 성격을 자주 혼동한다. 이 둘이 연관이 있기는 해도 같은 것은 아니다. 감정은 어떤 현상이나 일과 마주했을 때 생기는 마음이나 기분이다. 어떤 감정을 느꼈다면 그 감정을 느끼게 된 이유가 있다. 감정은 대개 순간적으로 생겼다가 시간이 흐르면 사라진다. 성격(기질)은 태어나면서부터 개인이 가진 고유의 성질이나 품성이다. 상당 부분 타고나기 때문에 이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아이의 성격은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아이가 어떤 성격을 지녔는가에 따라 더 자주 느끼는 감정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감정들도 있다. 가령, 성격이 활발한 아이는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아이에 비해 슬픔이나 우울함을 상대적으로 적게 느낀다. 반면 한번 그런 감정에 빠져들면 쉽게 빠져나오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살면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에 어떻게 반응하고, 자주 다뤄야 하는지를 아이가 명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 꼭 ‘감정’을 가르쳐야 할까?
조기 영어교육이나 창의력 교육을 시키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아이에게 ‘감정’까지 가르칠 필요가 있을까? 크면 자연히 알게 될텐데 감정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잘 수용하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면 자존감이 높아지고 대인관계나 문제 상황에 대한 대처에 강해지는 등 ‘정서지능’이 발달한다. 어른도 그렇지만 아이들 역시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자연히 마음 속에 쌓이고 지나치게 내성적이거나 폐쇄적인 성격으로 변하기 쉽다. 또한 다른 사람과 감정을 나누거나 공감하는데 서툴러 대인관계에 문제를 겪기도 한다.
세계적인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 박사의 ‘행복하면서도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높은 지능이나 학업 성적, 부유한 환경 등이 아니라 정서지능이 높은 사람이었다’는 장기 연구 결과 역시 이 점을 뒷받침한다. 감정을 표현하고, 조절하는 교육을 받은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집중력이 높고 학업 성취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실제 질병에도 적게 걸린다는 사실. 4~5세부터 청소년이 된 뒤까지 장기 추적한 결과 감정코칭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병원에 가는 횟수가 적고, 신체 발육도 양호했다. 같은 상황에서도 스트레스를 덜 받고 면역력과 관련있는 T세포의 양과 활동성이 우수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갓 태어난 신생아도 감정을 읽어주고 공감해주면 자기 조율을 더 잘한다. 어릴 적부터 자신의 감정 표현이 자연스럽고, 왜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됐는지 부모와 이야기를 많이 나눠본 아이들은 커서도 자신의 감정을 적절하게 처리한다. 반면 어릴 적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한 감정은 살아가는 데 두고두고 걸림돌이 될 위험성이 크다. 사람은 수없이 많은 감정들을 느끼고, 평생에 걸쳐 경험한다. 영어나 수학보다 아이의 인생을 더 오래, 더 깊이 좌우하는 셈. 따라서 부모는 아이에게 감정의 실체와 이를 다스리는 방법을 꼭 알려주어야 한다.
PART 1. 아이의 감정은 어떻게 발달할까? ‘아이도 어른이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까?’ 전두엽이 발달함에 따라 느낄수 있는 감정과 이를 처리하는 방법이 달라진다. 아이의 성장에 따른 감정 발달 단계를 알아보자.
생후 0~3개월 ㅣ 쾌감과 불쾌감을 구분한다
인간은 태어날 때 생명 유지에 필요한 뇌간이 완성되어 태어난다. 뇌의 일부분인 뇌간은 그 구조와 기능이 파충류와 비슷해 일명 ‘파충류의 뇌’라고도 부른다. 숨을 쉬고, 체온과 수면 조절 등을 관장하는 ‘뇌간’은 완성되어 있지만 감정에 관여하는 ‘전두엽’의 발달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 그렇다고 이 시기 아이들이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신생아는 원초적인 두 가지 감정, ‘쾌감’과 ‘불쾌감’을 표현할 수 있다. 기분이 좋으면 웃고, 불편하거나 위협을 감지하면 우는 등 나름대로 좋고 싫은 감정을 표현하는데, 아기가 감정을 보일 때 엄마가 바로 반응하고 대응해주면 ‘감정의 뇌’인 전두엽이 잘 발달한다.
생후 3~6개월 ㅣ 타인의 감정을 읽는다
엄마의 감정을 읽을 수 있다. 행복하게 웃는 얼굴과 슬프거나 찡그린 얼굴을 구분하는 것. 이전에도 다른 표정에 반응했지만 이때부터는 자신의 감정을 상대의 감정에 맞춰 변화시킨다. 예를 들어, 아기에게 웃는 얼굴로 이야기하면 아기도 웃고, 화나거나 슬픈 얼굴로 말하면 아기도 울거나 얼굴을 찡그린다. 특히 이 시기는 엄마의 표정이나 음성이 아기의 감정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엄마가 산후우울증을 앓거나 불안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면 이는 아이에게 ‘전이’되며, 어른이 됐을 때 우울증을 앓거나 작은 일에도 쉽게 짜증을 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생후 7~8개월 ㅣ 7가지 감정을 구분한다
감정 표현이 다양해지는 시기다. 부모의 표정을 보고 따라하는 모방놀이를 비롯해 다양한 놀이를 즐기면서 감정 표현이 좀더 풍부해지고, 누군가 자신의 감정에 호응해주면 깊은 유대감을 느낀다. 또한 이 시기에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에 공감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노력한다. ‘오늘 기분이 더 좋아 보이네’, ‘화났구나’처럼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는 말이나 ‘오늘은 엄마가 화가 나는 일이 있었어’, ‘너를 보고 있으니 행복해’처럼 부모의 감정을 알려주는 말을 자주 해주면 좋다.
생후 9~12개월 ㅣ 공감 능력이 생긴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알아준다는 것을 인지한다. 그 전에도 부모의 표정, 말, 억양 등으로 부모의 감정을 읽을 수 있지만 그것이 자신의 감정에 반응해주는 것이라고는 알지 못했다. 생후 9~12개월에는 그 상관관계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과 감정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 또한 확실히 인지할 수 있다.
1~4세 ㅣ 감정 표현 방법을 알아간다
첫 돌이 지나면 부끄러움이나 자랑스러움 등을 느끼는 ‘자아’가 생기면서 훨씬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다. 자신이 뭐든 할 수 있다고 여기고 본격적으로 자기의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표면적으로 감정을 드러내고 고집을 부리는 이 시기부터 본격적인 감정교육이 필요하다. 아이 스스로 감정을 어떻게 인지하고 조절할 수 있는지를 알려줄 것.
5~7세 ㅣ 다양한 상황과 감정을 경험한다
본격적인 단체 생활을 시작하면서 부모외에 교사와 친구들과 관계를 맺고 어울리며 더욱 다양한 감정을 경험한다. 지금껏 느꼈던 감정과는 강도가 다른데, 특히 부모에게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잘 해내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 부모가 싸우는 것에 대한 두려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 다양한 두려움을 인지하면서 불안해하기도 한다. 아이가 다양한 감정에 익숙해지고, 이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도록 아이가 느끼는 감정의 이름을 알려주고, 이를 잘 표현하도록 도와준다. 역할놀이나 상상놀이 등을 통해 감정을 만들어내고, 그 감정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것도 좋다.
도움말 l 함규정(감정전문가, 씨엔에이 엑스퍼트 한국감성스킬센터 소장)
참고도서 l <감정에 휘둘리는 아이 가정을 다스리는 아이> (청림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