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
기타이 시대의 키워드, 공감 능력
-
최근 교육학과 심리학에서 가장 주목하는 주제어 중 하나가 ‘공감’이다. 전 세계적으로 공감 무능력자들이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공감 없는 사회에서는 어느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 잡으며 생긴 변화이다. 공감 무능력자들의 공통점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하기 그지없고 심지어 모범적이기까지 하다. 대표적인 예로 EBS <지식채널e>에서 방송된 미국 캔자스 주의 연쇄살인범을 들 수 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자상한 가장이었던 그는 시청 공무원으로 이웃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주민이었다. 그런 그가 30년 동안 열 명의 여자와 어린이를 고문해서 죽인 살인범으로 밝혀졌다. 조사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죽인 이들의 고통과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는데, 심지어 상대방이 웃는 것과 우는 것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공감 무능력자였다.
공감 능력이란 다른 사람의 감정과 입장을 이해하는 능력을 말하며, 더 나아가 거기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러한 공감 능력과 감성지능을 바탕으로 사람과 관계 맺는 능력이 발달하게 되는 것이다. 공감능력은 가족, 친구, 이웃, 나아가 더 넓은 세상에서 따뜻한 인간관계를 맺는 데 밑거름이 된다. 이런 공감 능력이 발달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의 감정, 고통, 느낌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그 기분조차 이해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해 방관하게 되고, 심지어 앞장서서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공감 능력이 발달하려면 다음의 세 가지 요소가 모두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마치 자기의 것처럼 느끼는 정서적 요소와 타인의 관점이나 역할을 이해할 수 있는 인지적 요소, 이러한 느낌과 이해를 상대방에게 표현하고 서로 나누고 소통하는 의사소통적인 요소이다.
공감 능력이 발달한 아이들은 대체로 행복하고 EQ(정서지능)와 집중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기분이 나쁘더라도 자기 감정을 잘 진정시킬 수 있고 심리적 면역력 또한 강하다. 또래 관계가 좋으며 변화에 잘 대처하고, 무엇보다 스스로 학습하려는 능력이 우수하여 학업 성적 또한 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간은 태어나 생후 6개월까지는 다른 사람의 느낌에 대해 반응을 보이기 어렵다. 1세 이전까지는 기쁨, 분노, 슬픔, 두려움 등의 아주 기본적인 정서를 경험할 뿐이다. 자신을 돌봐주는 엄마를 알아보고, 다른 사람을 보면 낯을 가리고 엄마와 떨어지면 불안을 느끼는 분리 불안을 느끼는 정도이다. 그러나 12개월 정도에 이르면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해 동요하거나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24개월이 되면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해 감정적 반응을 보이며 다른 사람을 제법 위로하기 시작한다. 간혹 다른 사람을 돕기도 하고 자신의 물건을 나눠 주기도 한다. 따라서 가정은 공감이 처음 뿌리내리는 중요한 공간이다. 타고난 공감 능력을 발달시키는 과정에서 당연히 부모가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공감이론학자 마틴 호프만(Martin Hoffman)은 공감의 발달 수준을 다음과 같이 4단계로 나눈다. 1단계는 전체적 공감 수준, 2단계는 자기중심적 공감 수준, 3단계는 타인의 감정에 대한 공감 수준, 4단계는 타인의 인생에 대한 공감 수준이다. 호프만은 많은 사람들이 자기중심적 공감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말한다. 공감 능력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지 않고 2단계에 그치는 이유는 우리가 가진 이기심 때문이기도 하고, 공감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신비롭게도 우리 몸에는 다른 사람에게서 일어나는 느낌 등을 재빨리 알아차리고 반응하는 신경세포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 이것을 ‘거울 뉴런’이라고 한다. 공감을 위한 신경생리세포는 많이 사용할수록 촘촘해지고 정교해진다. 한마디로 인간의 공감은 가르쳐서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자주 ‘공감’을 경험할수록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공감 능력은 어떻게 개발할 수 있을까?
아이에게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생일 선물을 받아서 오늘 네가 무척 기쁘겠구나.”
“오늘 읽은 동화책은 무척 슬프지?”
아이들이 어떤 감정이나 느낌을 감지할 때,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적절한 언어로 감정 표현을 할 수 있게끔 이끌어줘야 한다. 종종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성인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 대부분은 다른 사람의 기쁜 일을 함께 기뻐하지 못하고, 슬픈 일에 적절한 위로를 할 줄 모른다. 이런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여러 가지 감정 상태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자란 경우가 많다. 자녀교육 전문가들은 부모와 아이가 교감을 나누는 ‘감정코칭’을 통해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감정코칭이 이 시대에 중요해진 까닭은 감정을 스스로 잘 다루는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행복감을 더 느끼기 때문이다. 연구에 의하면 감정코칭이 잘된 아이들이 EQ가 높은 편이고, 우수한 집중력과 자기주도학습으로 학업성취도까지 높게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감정코칭이 잘된 아이들이 자기 진정을 잘하고, 상처에 대한 회복 능력이 강하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함으로써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친구 관계가 좋았다. 그렇다면 아이의 공감 능력은 어떻게 길러줄 수 있을까?
•아이의 감정 인식하기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을 때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놓치지 않는다. 아이가 하는 행동에는 자기만의 감정이 담긴 경우가 많으므로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채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아이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알기 어려우면 직접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때 아이의 감정을 부모의 잣대로 규정짓지 않는다.
지금 기분이 어때? (◦)
지금 화났어? (×)
•감정적 순간을 좋은 기회로 삼기
아이가 친구와 싸워서 화가 나 있을 때, 또는 뭔지 모를 일로 슬퍼할 때 부모들은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보다 그 상황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아이의 감정이 조금 진정되었을 때 그 상황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
•아이의 감정에 공감하고 경청하기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는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정말 좋았겠네!”, “그랬구나, 네가 힘들었구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때 아이의 긍정적인 감정뿐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에도 공감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감정을 표현하도록 도와주기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그때그때 표현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야, 남자가 뭐 그런 일로 우니!”, “그렇게 참을성이 없어서 어떻게 해”, “그깟 일로 화가 나면 엄마는 벌써 병이 났겠다!” 이 모두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숨기게 하는 부모의 표현이다. 아주 사소한 감정이라도 진심으로 공감하고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그때에야 비로소 부모와 아이 사이에 진정한 교감이 이루어지며, 이를 기초로 좋은 부모와 자녀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사춘기에 들어서면 감당하기 힘들다는 불안을 토로한다. “문을 쾅 닫고 들어가면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나하고는 전혀 대화를 안 하려고 해요” 등 자녀가 갑자기 변했다고 걱정한다. 그러나 이 같은 행동은 이미 유아기 때부터 그 뿌리가 자라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전 부모들은 자녀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편지나 전화통화 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아이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 이메일과 휴대폰 문자를 통해 친구와 대화하기 때문에 아이가 직접 이야기를 하기 전에는 부모가 아이의 상태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부모와의 교감이 돈독한 아이의 경우, 자신이 겪는 문제와 상처를 항상 부모와 나누고 싶어 한다.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다리기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자녀에게 행동의 한계를 정해준 뒤 아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지켜본다. 마음이 급해서, 혹은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모든 문제에 훈수를 두고 대신 해결을 하면 아이는 영영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게 된다. 이때 아이가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어 한다면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