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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종이책과 전자책, 아이에게 뭐가 좋을까? ①

종이책과 전자책, 아이에게 뭐가 좋을까? ①
둘째 아이가 만 2년 6개월 정도 됐을 때의 일이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 하루 일을 끝내고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니 늘 그랬듯 녀석이 콩콩거리며 달려와서 덥석 안긴다. 그러더니 둘레둘레 내 주변을 살피더니 갑자기 “으아앙-” 울어 젖히며 어디론가 헐레벌떡 도로 달려간다. 눈가에 눈물을 방울방울 매단 채 녀석이 들고 온 것은 형이 예전에 붙였던 스티커북이었다. 잠시 의아해하고 있는데 아이스크림콘 스티커가 붙어있는 페이지를 펼쳐 들고 집게손가락으로 애타게 짚어 보이는 게 아닌가. 하루 종일 더위에 시달린 아이는 얼마 전 난생 처음 맛봤던 아이스크림을 기억하고서 왜 사오지 않느냐고 아빠를 타박하고 있었다. 녀석은 말로는 의사소통을 제대로 못하니 나름대로 제 의도를 전달할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아이가 새벽에 잠자는 나를 깨웠을 때 비슷한 일이 또 이어졌다. 앵앵 울면서 보채는 아이에게 “왜 우니?”라고 물으며 슬그머니 짜증을 내려던 찰라 아이가 컴컴한 거실에서 뭔가를 들고 들어온다. 전에 읽어준 적이 있는 책 속에 나온 그림을 가리키며 애절하게 엄마 아빠를 쳐다보는 아이의 모습에 우리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왼손에 든 책의 한 부분을 가리키고 있는 조그만 오른손가락 끝에는 우유가 가득 담긴 유리잔 그림이 있었던 것이다.
만 2세에 말을 제대로 못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던 아이의 이런 행동은 그 후에도 이어졌다. 가족 사이의 대화중에 여우·오소리·코뿔소·초콜릿·빵 등의 단어가 귀에 들리면 녀석은 드넓은 책장 어디선가 책을 빼와서는 여우·오소리·코뿔소·초콜릿·빵 등의 그림이 나온 페이지를 정확하게 펼쳐 우리에게 들이밀곤 했다. 아이의 이런 모습을 보며 만일 아이가 컴퓨터 스크린이나 스마트폰 등으로만 그림을 접했다면 과연 단 몇 초 만에 원하는 책을 들고 와서 해당 쪽을 펼쳐 보이며 우리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요즘처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e북 등 화려한 전자매체가 넘쳐나는 시대에 종이책보다 전자매체를 활용하는 부모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전자책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3년 현재 15에서 20퍼센트에 달한다고 한다. 일단 전자매체를 이용하면 소리도 나고 동영상도 볼 수 있으니 밋밋한 종이책보다 아이의 두뇌 개발에 더 좋을 것이라 여겨 어떤 부모들은 자동차 뒷자리에 태블릿PC 거치대까지 달아놓고 아이에게 시도 때도 없이 보여주기도 한다. 말과 글을 한창 배우고 있는 아이에게 무엇이 더 좋은 매체일까? 종이책일까, 전자책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을 많이 읽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어릴수록 종이책을 활용하는 것이 훨씬 낫다. 이어지는 내용은 2013년 4월에 게재된 〈사이언티픽어메리칸지(Scientific American)〉의 기사에 상당 부분 기초하고 있다.
전자매체를 주로 만지작거려온 두 살 여자아기가 아이패드를 벌써 능숙하게 다룬다. 손가락으로 쓸어 페이지를 넘기고 아이콘을 정렬시키고 두 손가락으로 집고 벌리며 화면을 축소했다 확대했다 한다. 이 아기에게 종이 잡지를 쥐어 줬더니 마치 아이패드의 터치스크린을 조작했을 때처럼 손가락으로 페이지를 쓸어보고 손가락으로 집고 벌려봐도 아무 변화가 없자 손가락으로 다리를 꾹 눌러본다. 손가락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서다. 이 아기의 아버지는 “종이 잡지는 이제 디지털 시대에 쓸모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전자책에 비해 종이책이 갖는 이점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종이책의 장점을 살펴보자.


1) 감각적으로 좋다
사람들은 특정 문자 정보를 찾으려할 때 원하는 텍스트가 어디에 나왔는지 위치를 추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종이책은 전자책에 비해 훨씬 분명한 위치감을 제공할 수 있다. 종이책은 왼쪽과 오른쪽 페이지가 있고 총 8개의 모서리가 있다. 페이지를 펼치면서 여기가 시작부분인지 끝부분인지 당장 알 수 있고 종잇장을 손으로 만지며 두께와 질감과 때로는 냄새까지도 느낀다. 책장을 손가락으로 넘기는 행위 자체가 리듬감을 주고 책 속 여행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손쉽게 알아볼 수 있다. 종이책으로 읽으면 책 전체를 놓치지 않으면서 지금 읽고 있는 위치가 어디인지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전자책,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전자매체는 동일한 정보를 담고 있더라도 종이책에 비해 선명한 위치감을 제공해주지 못한다. 스크린은 단 하나다. 가상의 페이지를 만들어 쪽수를 붙이더라도 사람이 물리적으로 느끼는 면은 딱 한 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며 스크린에 떠올랐던 정보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새로운 정보로 바뀐다.
반면 종이책은 넘길 때 소리가 나고 잉크와 종이 냄새가 난다. 손에 들면 두께도 무게도 책마다 다 다르다. 종이책은 보고 느끼고 듣고 냄새 맡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졸면서) 책에 입을 대고 맛도 본다. 반면 전자책은 동화 한 편이든 10권짜리 장편소설이든 물리적으로 똑같은 화면에 출력될 뿐이다. 종이책과 전자책은 마치 운동화나 구두 등 상황에 따라 여러 종류의 신발을 신고 직접 지면을 발로 느끼며 걷느냐, 아니면 똑같은 소파에 앉아 똑같은 화면 위로 띄워지는 풍경을 구경하느냐와 비슷하다. 풍경 자체에 대한 정보의 양은 비슷할지 몰라도 두뇌가 받아들이는 정보의 질과 양은 확연히 다르다.


2) 종이책은 독자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종이책은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인간은 언제나 ‘손맛’을 원하기 마련인데, 전에 읽었던 내용을 다시 찾아보고 싶을 때 종이책은 자유롭게 그 부분을 휙 펼쳐볼 수 있고 앞으로 나올 내용도 잽싸게 넘겨볼 수 있다. 종이책이라면 떠오르는 생각을 여백에 적을 수도 있고 밑줄도 치고 형광펜으로 표시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원하는 대로 페이지를 접고 구길 수 있다. 물론 찢을 수도 있다. 종이책 흉내만 내는 전자책에 비해 종이책이라면 읽는 이가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를 수 있기 때문에 책속의 텍스트에 ‘뛰어 들어가’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 대부분(약 80퍼센트)은 전자매체의 텍스트를 종이에 프린트해서 읽는 것을 여전히 더 좋아한다.


3) 이해도가 다르다
전자책에 비해 종이책으로 읽은 것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2013년에 보고된 한 실험에서 72명의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종이로 다른 그룹은 15인치짜리 컴퓨터 LCD 화면에 약 5쪽 분량의 PDF 파일을 띄워 글을 읽도록 했다. 읽은 내용을 문제풀이를 위해 다시 참조할 수 있도록 한 조건에서 객관식 및 단답형 주관식 형태로 이해도를 테스트해보니 종이로 읽은 그룹이 약간 더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를 분석해보자면 종이 그룹은 글을 한 손에 들고 즉각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찾아낼 수 있었던 반면 컴퓨터 스크린 그룹은 한 번에 일정 분량만 스크롤하거나 클릭해서 정보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전자매체에 비해 종이책은 얼마나 읽었고 앞으로 얼마나 더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정보가 본문 중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잘 이해할 정신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출처엘도라도 - 아이의 영어두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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