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이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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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이유식이유식이 아이의 평생 입맛을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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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부터 돌까지는 모유 수유만큼이나 이유식을 잘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아기가 자라 모유나 분유만으로는 충분한 영양을 섭취할 수 없고, 서서히 밥 먹을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기가 이유식을 할 때가 되면 엄마들은 알게 모르게 긴장을 합니다.
몇 개월에 어떻게 시작하고, 무엇을 얼마만큼 먹여야 할지, 또 아기가 잘 소화시킬지 걱정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유식에 왕도는 없습니다. 이 얘기 저 얘기에 우왕좌왕하기보다는
엄마와 아기가 서로 보조를 맞춰가며 해나가면 됩니다.
왜 이유식이 중요할까요
건강한 아기는 생후 4~6개월이 되면 무엇을 먹는 것처럼 입을 오물거립니다. 이는 아기 스스로 어른처럼 밥을 먹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기는 언젠가는 하루 세끼 밥을 먹으며 살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젖만 먹던 아기에게 어느 날 갑자기 밥을 먹으라고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밥을 먹는 준비 과정으로 이유식을 하는 것입니다.
아기들은 이유식을 통해 여러 음식을 접하면서 미각을 발달시킵니다. 미각이 발달하면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게 됩니다. 잘 먹는 아이가 잘 크게 마련이므로 아기에게 먹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하는 일은 무척 중요합니다. 다양한 이유식을 접하면서 미각을 발달시키고 영양을 섭취하다 보면 성장도 부쩍 빨라집니다. 또한 이유식을 먹으면 포만감이 오래가 잠도 깊게 자게 됩니다. 턱을 앞뒤로 움직여 젖을 빨던 아기가 턱을 아래위로 움직여 이유식을 씹음으로써 두뇌가 발달하는 것도 이유식을 꼭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보통 이유식 시기를 초기, 중기, 후기, 완료기로 구별하여 그 음식과 조리법을 달리하는 데 그 이유는 아기들의 성장발달 과정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유식 초기는 소화기 계통이 발달하는 시기, 중기는 호흡기 계통이 발달하는 시기, 후기는 체질이 드러나는 시기, 완료기는 아이에 따른 허약증이 파악되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각각의 시기에 맞는 재료로 이유식을 만들어 성장발달을 돕고 몸을 보해야 건강한 아기로 키울 수 있습니다.
목을 가눌 때가 이유식 시작 적기 간혹 “우리 아기가 백일도 안 됐는데 쌀죽을 너무 잘 먹어요” 하며 아기가 건강하다고 자랑하는 엄마들이 있습니다. 아기가 일찍 이유식을 시작한다고 건강한 건 아닌데도 이런 자랑을 합니다. 너무 빨리 이유식을 시작하면 당장은 눈에 보이는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나중에 음식 알레르기가 생기거나 소화기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옛날 어머니들은 아기가 목을 가누면 젖 이외의 음식을 먹이기 시작했습니다. 목을 가눈다는 것은 목 근육에 힘이 생기고 체력이 튼튼해졌다는 의미입니다. 아무리 튼튼해 보이는 우량아라도 목을 가누지 못하면 그만큼 발육상태가 좋지 않은 것입니다. 목을 가누는 시기는 대략 백일 전후로, 개월 수로 따지면 4개월 정도가 됩니다. 그래서 생후 4~6개월에 이유식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4개월 이전의 아기들은 씹고 무는 능력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소화기관도 아직 미숙합니다. 반면 4~6개월쯤 되면 아기는 이유식을 시작해도 될 만큼 장기가 성숙합니다. 또한 면역성이 생겨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도 많이 줄어들게 됩니다.
반면 이유식 시기가 너무 늦어도 안 됩니다. 엄마들이 자주 가는 인터넷 육아 사이트에 보면 ‘완전 모유 수유를 할 경우 이유식 시기를 늦추는 것이 좋다’거나 ‘아토피 아이는 이유식을 늦게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을 믿고 실제로 6개월이 넘었는데도 이유식을 시작하지 않는 엄마도 보았습니다. 물론 모유가 아기에게 최고의 음식이기 때문에 6개월까지 모유만 먹여도 아기 건강에 큰 이상이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유식의 중요한 의미 중 하나는 ‘씹어서 밥을 먹는 연습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 연습은 제때 시작해야 합니다. 그 시기가 너무 늦어 아기가 씹는 것을 거부하게 되면 젖병으로 이유식을 먹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아토피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토피가 있다고 해서 모유나 분유만 먹고 살 수는 없습니다. 한의사의 조언을 통해 아기에게 좋지 않은 음식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그에 맞춰 이유식을 진행해야 합니다. 그래야 아토피 아이도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그 시기에 맞는 성장발달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소화기 계통이 발달하는 이유식 초기(4~6개월) 이유식은 보통 백일이 지나 4~6개월 사이에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방에서는 이 시기에 위와 장과 같은 소화기관의 기능이 왕성해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4개월 이후부터 음식을 받아들여 소화 흡수 배설시키는 소화기관이 발달하기 때문에 이유식을 할 수 있지요. 이때의 이유식은 영양 보충보다는 숟가락으로 음식을 먹는 준비 기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리하게 이 음식 저 음식을 먹이려고 하기보다는 숟가락과 친해지는 것에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유식은 쌀미음으로 시작합니다. 쌀은 알레르기를 적게 일으키는 식품으로 첫 이유식 재료로 좋습니다. 미음은 건더기가 없는 거의 물에 가까운 흐물흐물한 액체 상태를 말합니다. 이때 아기의 건강을 위해 현미나 흑미 등의 곡류를 먹이려는 엄마들도 있는데 아직은 무리입니다. 곡류에 따라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쌀로 미음을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쌀미음만으로는 영양이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여러 가지 다른 재료를 생각하게 되는데 쌀미음은 영양 면에서 다른 곡류에 못지않습니다. 쌀에는 계란 노른자의 10배, 간의 20배 정도의 철분이 들어 있습니다. 게다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성분도 현저히 작아, 밀가루를 주식으로 하는 미국에서도 이유식만큼은 쌀미음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유식 초기에는 여러 가지 음식을 섞지 말고 한 가지 음식을 일주일 정도 줍니다. 양은 한 숟가락에서 시작하여 점차 늘려가도록 합니다. 일주일 뒤에 또 다른 음식을 첨가해 먹입니다. 그래야 새로 첨가한 음식에 아기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기가 태열이 있다면 이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새로운 재료의 이유식을 먹은 후 설사, 구토, 피부 발진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그 음식은 주지 말아야 합니다.
호흡기 계통이 발달하는 이유식 중기(6~8개월) 이유식 초기를 잘 보내면 숟가락으로 음식을 먹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집니다. 이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영양을 생각해야 합니다. 생후 6개월이 넘으면 엄마 뱃속에서 받은 영양소가 거의 소모되기 때문에 음식을 통한 영양 보충이 필수입니다. 또한 이 시기는 아기의 호흡기 계통이 발달하는 시기입니다. 이유식 초기 때와 달리 외출이 잦아지면서 외부 공기를 많이 쐬게 되어 감기와 같은 호흡기 질환에 잘 걸립니다. 따라서 배, 검은콩, 고구마, 잣 등 호흡기를 보하는 재료로 이유식을 만들어주면 좋습니다.
6개월에는 약간 덩어리가 있을 정도의 묽은 죽을 만들어 씹는 연습을 시켜줘야 합니다. 아기들은 아직 씹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이유식을 입에 넣어주면 입에 물고 있다가 씹지 않고 꿀떡 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는 엄마가 이유식을 주면서 ‘냠냠’ 하고 씹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기도 따라하면서 씹는 방법을 익히게 됩니다. 입에 음식을 넣어주면 혀로 어금니 쪽으로 보내 잇몸으로 씹을 수 있게 되지요.
7개월에는 진 죽, 8개월에는 된 죽을 만들어주면 이유식 후기에 다양한 재료로 만든 이유식을 먹이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이때 역시 새로운 재료를 처음 먹일 때는 짧게는 2~3일에서 길게는 1주일까지 간격을 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기가 그 재료의 맛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고, 또 알레르기 유무도 알 수 있습니다.
체질이 드러나는 이유식 후기(9~10개월) 9개월 정도까지 키워보면 아기가 어떤 체질인지 대강은 알게 됩니다. 크게 양(陽) 체질의 아기와 음(陰) 체질의 아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양의 기운이 강한 양 체질의 아기들은 누가 봐도 부산하고 활동적입니다. 몸에 열이 많아 조금만 더워도 땀을 흘리고 변비에 잘 걸립니다. 반면 음의 기운이 강한 음 체질 아기들은 비교적 조용하고 온순해서 순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이불을 덮어주어야 잘 자고 따뜻한 곳에서도 땀을 잘 흘리지 않지요.
이렇게 아기의 체질만 파악해도 이유식 만들기가 수월해집니다. 양 체질의 아기에게는 음의 기운을 보하는 음식 재료로 이유식을 만들고, 음 체질의 아기에게는 양의 기운을 보하는 음식 재료로 이유식을 만들면 됩니다. 모든 음식에는 고유의 성질이 있습니다. 양의 기운이 강한 음식에는 밤, 잣, 무, 닭고기, 대추, 양파 등이 있고 음의 기운이 강한 음식에는 팥, 수박, 참외, 배추, 김, 돼지고기 등이 있습니다. 아기의 체질에 따라 음식 재료를 적절히 골라 먹이면 음과 양의 기운이 잘 조화되게 키울 수 있습니다.
이유식 후기에는 된 죽으로 시작하여 무른 밥, 즉 진밥을 먹을 수 있을 정도까지 진행하면 됩니다. 이 시기에는 그동안 이유식을 잘 먹던 아기도 갑자기 까탈을 부리며 먹지 않으려고 하거나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먹으려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정서적으로 자기주장이 강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먹이는 것에 급급해 아기가 원하는 대로 해주기보다는 바른 식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또한 간이 없는 음식만 먹어온 아기가 어른이 먹는 음식을 맛본 후 이유식을 거부하기도 합니다. 밍밍한 이유식보다는 짭짤한 어른 음식이 더 맛있기 때문이지요. 이때는 멸치 가루나 된장 등으로 약하게 간을 해서 먹여도 됩니다. 대신 어른이 먹는 음식을 자주 맛보지 않도록 해주세요.
허약증을 알 수 있는 이유식 완료기(11~12개월) 이유식 완료기가 되면 아기 대부분은 어른처럼 세끼 밥과 반찬이 중심이 된 식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어른이 먹는 음식 중에서 무르고 부드러운 음식은 대부분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어른만큼 모든 신체 기관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조심해서 음식을 먹여야 합니다. 또한 돌 전까지 먹여서는 안 되는 식품도 반드시 가려야 합니다. 돌 무렵이 되면 아기의 오장육부 중 어디가 허약한지 드러나게 됩니다. 허약한 것은 선천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기운이 충실하지 못해 허약한 경우와 건강하게 태어났어도 섭생을 잘못하여 허약해진 경우로 나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평소 아이의 건강 상태를 보고 허약한 장부가 있다면 그 장부를 보하는 재료를 이용하여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는 것이 좋습니다.
소화기계가 약한 아이들은 인삼 4~6g이나 백출 6~8g에 대추나 감초를 넣고 물 400cc를 부어 30분 정도 우려내어 식힌 물을 먹이면 좋고, 율무와 마 가루를 찹쌀과 섞어 죽을 끓여 자주 먹이면 도움이 됩니다. 호흡기가 약한 아이들은 평상시 유자차나 모과차, 대추차, 오미자차 등을 마시게 하면 좋습니다. 순환기와 정신신경계가 약한 아이들은 하루에 감초 4g, 대추 2~3개, 참밀이삭 반 줌을 한 시간 이상 끓여 차처럼 먹이면 도움이 됩니다. 비뇨생식기와 골격계가 약한 아이들은 오자(五子)라고 하여 구기자, 차전자, 토사자, 복분자(산딸기), 오미자를 4g씩 달여 주면 좋습니다. 단, 한의사의 조언을 구해 시작하시고요. 허약증이 심한 경우에는 진맥 후 처방을 받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