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아이들의 이상 행동. 단순한 습관일까, 질병의 신호일까? 무엇보다도 이러한 행동은 아이가 자신의 상태를 몸으로 말하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다.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캐치하자. 의학적으로 징후는 타인이 알아볼 수 있고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반면, 증상은 자기가 느끼는 상태를 표현하는 것으로 매우 주관적이다. 아이들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야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린 영유아들은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스스로 인지하고 말로써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모가 그 상태를 캐치해내야 하는 것. 특히 아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습관으로 보이기 쉬워 무심코 지나쳤다가는 병을 키우기 십상이다. 단순해 보이는 행동들은 습관으로 굳어지더라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아 내버려두는 경우가 많고, 아이가 신체의 불편함에 적응하고 나면 치료 시기를 완전히 놓쳐 치명적인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눈을 자주 깜빡인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1분에 20번 정도 눈을 깜빡인다. 눈을 촉촉하게 유지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눈을 깜빡이는 아이의 행동은 단순한 습관으로 여겨지기 십상. 그러나 아이가 눈을 지나치게 자주 깜박인다면 안과를 찾아 진찰을 받아볼 것. 각종 안구 질환은 물론 심리적인 문제의 전조 증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눈을 많이 깜빡여 병원을 찾은 아이의 90% 이상은 알레르기성 결막염이고, 나머지는 안구건조증이나 부안검인 경우가 많다. 요즘은 계절과 상관없이 알레르기성 결막염이 발생해 아이들이 눈을 깜빡이다 비벼서 눈병이 되기 쉽다. 안구건조증인 경우에는 눈이 뻑뻑해 일시적으로 눈을 자주 깜빡이곤 한다. 인공눈물을 넣어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으므로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 또 눈꺼풀에 살이 많아 속눈썹이 눈을 찌르는 부안검이 있을 때도 눈을 자주 깜빡이게 된다. 부안검으로 인한 깜빡임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오래 지속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아이가 눈을 깜빡일 때 속눈썹이 떨어지지 않는지 살핀다. 속눈썹을 뽑아주는 방법으로 치료하기도 하는데 눈썹을 뽑을 동안 아이가 가만히 있기 어려울뿐더러 2~3주에 한 번씩 뽑아야 해 효과적이지 못하다. 나이가 어리고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좀더 두고 보는 것이 보통이지만 2~3세가 되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각막에 상처가 나고 헐 정도면 수술을 권하는 편.
Tip : 눈을 지나치게 깜빡이면 틱장애로 의심하기도 하는데 사실 눈을 자주 깜빡여 안과를 찾은 아이 중 약 1%만 해당된다. 안과 진료 후에도 눈을 자주 깜빡이고, 특히 눈을 깜빡이면서 어깨나 얼굴, 목 등을 씰룩거린다면 틱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이럴 경우에는 의도적으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좋다. 주위에서 특별히 의식하지 않으면 대개 6개월 이내에 증세가 호전되기 때문. 하지만 6개월 정도가 지났는데도 계속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아보자. 아이를 야단치거나 잔소리를 하면 불안 심리 때문에 오히려 증세가 악화될 수 있으므로 절대 주의한다.
눈을 덜 깜빡인다면?
보통 영아들은 1분에 1~2번 정도 눈을 깜박인다. 이에 비해 임신부가 임신 중 술을 마셔 태아에게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나타나는 태아알코올증후군이 있는 아기들은 태어날 때부터 다른 아기에 비해 눈을 덜 깜빡인다. 신체적 기형을 지닌 경우가 아니고서는 눈을 덜 깜빡이는 것이 유일한 신호이므로 이 역시 간과하지 말 것.
고개를 자꾸 기울이거나 옆으로 돌리고 본다
TV 볼 때 습관적으로 머리를 어깨로 받치거나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아이. 엄마들은 앞을 똑바로 보지 않는다고 꾸짖게 마련이지만 이런 현상은 사시를 의심해볼 수 있다. 사시는 두 눈이 서로 다른 방향을 보는 상태인데 의외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사시의 하나인 ‘사위’는 두 눈을 뜨고 있을 때는 초점이 잘 맞지만 한쪽 눈을 가렸을 때 사시 증상이 나타나 평소에는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다. 사시를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외관상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안경으로도 시력 교정이 되지 않는 약시가 될 수 있어 엄마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아이가 햇빛이 밝은 곳에서 눈을 찡그리거나 눈동자가 안이나 밖으로 몰린 경우, 또 피곤하고 멍한 상태에서 눈동자가 돌아간다면 이 역시 사시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안과를 찾아 검사를 받을 것. 굴절검사 후 근시, 난시, 원시가 있으면 안경으로 먼저 교정하고 이후 시력검사에서 약시가 보이면 약시 치료를 실시한다. 약시 치료는 사시로 인해 두 눈의 시력이 고르지 못한 것을 한쪽 눈을 가리는 방법으로 교정하는데, 양쪽 눈의 시력이 같아진 후에도 사시 증상이 없어지지 않으면 수술로 교정해야 한다.
Tip : 아이의 눈동자가 이상하게 보인다고 모두 사시인 것은 아니다. 가성사시는 실제로는 사시가 아닌데 사시처럼 보이는 상태. 일반적으로 동양계 아이들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미간이 넓은데다 콧대가 낮아 두 눈 사이의 피부가 흰자위를 덮어 눈이 몰린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아이마다 차이는 있지만 가성사시는 얼굴 윤곽이 들어나는 8세를 전후로 사라진다. 그러나 가성사시가 일반 사시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일단 의사의 진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