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REN’S VOICE ▶▶
아니, 내가 먹고 소화시켜서 똥 덩어리로 만들었는데, 엄마가 왜 자꾸 똥꼬를 열어라 말라 하는 거야? 이건 분명 내 똥이라고!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네. 계속 버티면 엄마가 나를 미워할 것 같아. 그냥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할까? 하지만 내 똥도 내 맘대로 못하는 것이 너무 자존심이 상한다고. 시키는 대로 싸자니 자존심 상하고, 안 하자니 사랑을 안 줄 것 같고. 아~ 쌀 것인가, 말 것인가? 이것이 문제로다.
MOMMY’S VOICE ▶▶
다른 집 애들은 벌써 기저귀를 다 뗐다는데, 너는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니? 다른 집 애들은 금방금방 한다는데…. 가만히 보면 말귀는 다 알아듣는 것 같은데, 쓸데없이 고집을 피우는 것 같단 말이야. 좀 더 강하게 해야겠어.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엄마 모임에 나가기 전까지는 떼야지. 그때도 기저귀 차고 가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겠어?
똥은 내 자존심! 누가 감히 내놔라, 말라 해!
대소변은 아이의 자존심이다. 그런데 대소변 가리기는 부모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많은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보통 대소변 가리기를 훈련시키는 시기는 15개월에서 24개월 사이. ‘걷기’라는 운동발달 과제를 완수한 이후다.
프로이드는 아이들이 대소변을 가리기 시작하는 시기를 ‘항문기’에 포함시켰다. ‘항문기’는 모든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가 성기와 항문 주변에 집중되는 시기다. 아이는 잘 걷게 되면서 스스로 뭔가를 해보고자 하는 욕구가 꿈틀꿈틀 올라온다.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자꾸 이것저것을 만진다. 당연히 이 시기 부모는 이전보다 “하지 마” 또는 “안 돼”라는 말을 많이 하게 된다. 해야 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엄마는 이즈음 되면 응가가 마렵지도 않은데도 자꾸 응가를 누라고 하고, 기저귀에 싸는 것이 더 편한데 자꾸 이상한 데 앉으라고도 한다. 이럴 때 아이는 ‘내가 먹은 것 내가 소화시키는데엄마가 왜 내 똥구멍을 열어라, 말라 하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의 자존심과 엄마의 자존심이 충돌하는 순간이다.
엄마가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지나치게 강압적으로 대소변 가리기를 시키면, 아이는 ‘내 똥 내가 마음대로 눌 거니까 상관하지 마’라는 식으로 강하게 반항한다. 매일 엄마의 ‘힘’과 맞서기 위해 사고를 치기도 한다. 엄마가 “응가 해” 하면 오히려 항문을 오므리고, 일부러 아무 데나 확 싸버리기도 한다. 오줌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이렇게 반항을 하는 이유는 엄마의 말을 따랐다가는 다시 엄마 뱃속으로 들어갈 것 같다는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혼자 이것저것 할 수 있게 되었는데, 다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될까봐 엄마 말을 듣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한편으로는 엄마 말을 안 들었다가는 엄마가 나를 미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엄마는 말끝마다 “여기다 응가 안 하면 혼나. 다음번에도 실수하면 맞을 줄 알아”라고 무섭게 말한다. 응가나 쉬를 방광에 모았다가 한꺼번에 분출할 때는 묘한 쾌감이 있다. 아이는 그것을 느끼고 싶어 자기가 원할 때 응가나 쉬를 하려고 한다. 그런데 엄마는 내가 원할 때가 아니라 엄마가 원할 때 분출하라고 한다. 아이는 고민하게 된다.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면 엄마가 나를 장악해 내가 없어질 것 같고,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엄마가 날 미워할 것 같은 것이다. 아이는 이 시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서 참 힘들다. 어느 날 엄마가 내가 한 응가를 보고 ‘지지’라고 하는 일도 벌어진다. 사태는 더 심각해진다. ‘내가 먹은 것을 소화시켜서 덩어리로 만들어서 내놓은 100% 나의 것을 보고 엄마가 더럽다고 하네. 어, 나도 더러운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더 혼란스럽고 힘들어진다.
‘대소변 가리기’를 잘해냈을 때 아이는 자율성 있는 사람이 되고, 자기에 대한 확신이 생긴다. 그런데 잘해내지 못하면 자기에 대한 의심과 의혹으로 가득 찬 사람이 된다. 또한 무조건 권위에 반항하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엄마가 지나치게 통제하면서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면, 아이는 ‘내가 싸야 하는 거야, 말아야 하는 거야?’로 끊임없이 고민한다. 자신의 욕구와 엄마의 욕구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시기 아이들 중에는 똥을 눌 때마다 “나 똥 누러 가도 돼요?”라고 물어보는 아이들도 있고, 똥 누는 것을 부끄러워해서 아무도 없는 방에 몰래 들어가 구석에 서서 몸을 배배 꼬면서 누는 아이도 있다. 수치심과 자기 의혹 때문이다. 대소변을 해결하는 것은 생리적 욕구다. 이 생리적 욕구조차 자기 자신의 욕구를 따라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으면, 아이는 기본적으로 자기 확신이 떨어지는 사람이 된다. 어떤 결정도 제대로 내리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많은 엄마들이 이 시기에 어째서 아이를 강압적으로 대하는 것일까? 글의 첫 머리에서 말했듯 ‘대소변 가리기’는 엄마의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돌 전에는 우유를 얼마나 먹고 체중이나 키에 엄마의 자존심을 걸다가, 돌이 지날 즈음에는 첫 걸음마를 언제 했느냐에 자존심을 건다.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 그 다음은 대소변 가리기를 언제 끝냈느냐가 자존심 된다. 또한 대변을 빨리 가리지 않으면 몇 가지 문제를 동반하기도 하므로 엄마들은 더 예민해진다. 아이가 대변을 참고 안 누면 변비가 생기고, 변비가 생기면 아이가 대변을 눌 때마다 아파하니까 그 모습을 지켜보기도 안쓰럽다. 또 변비가 생기면 식욕도 저하되어 잘 먹지 않으니 제대로 자라지도 않는다. ‘대변’은 아이가 편안하게 크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를 결정 짓는 많은 문제가 걸려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그리고 꽤 큰 아이인데 아직 대변을 잘 못 가려서 기저귀를 차고 있으면 사람들이 한마디씩 한다. “얘 아직도 기저귀 차요?” 이런 소리를 들으면 엄마는 좀 창피해진다. 부수적이긴 하지만, 대소변을 늦게 가리면 기저귀값이 비싸기 때문에 돈도 많이 든다. 또 대변의 경우는 아이가 누고 나면 매번 옷을 벗기고 닦아주어야 하기 때문에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빨리 떼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 누구나 기저귀를 차야 할 시기까지는 그러려니 하겠지만, 남들은 다 뗐는데 우리 아이만 기저귀를 차고 다니면 눈에 거슬리는 것은 물론, 한 번씩 남들이 지나가는 말로 하는 소리도 듣기 싫고, 내가 아이를 잘 못 키우는 엄마인가 해서 자존심도 상하고, 쓸데없이 돈도 많이 들어가고, 엄마 자신도 외출할 때마다 불편하다. 그러나 ‘대소변 가리기’가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되지 않으려면 자신의 자존심보다 아이의 자존심을 먼저 챙겨줘야 한다.
어떻게 진행하는 것이 좋을까? 우선 소변보다는 대변을 먼저 시작한다. 대변은 하루에 여러 번 보지 않고, 신경계 발달상 소변보다 대변을 가리는 능력이 먼저 생기기 때문이다. 아이를 잘 관찰하면 아이가 대변을 보는 일정한 시간, 대변을 보기 전에 하는 특정한 행동을 알아차릴 수 있다. 대변이 마려울 때마다 다리를 오므리고 노는 아이들도 있고, 뱅글뱅글 도는 아이들도 있다. 가만히 살펴보면 하루에 한 번 정도 아이가 눕는 시간이 있다. 그때 가서 “한번 해볼까?” 한 다음 양변기에 앉히도록 한다. 이때 어른 양변기에는 아이 엉덩이가 빠지지 않게 유아용 변기 커버를 올려주고, 아이 발밑에는 디딤대를 놓아 발을 올릴 수있게 해준다. 발이 땅에 닿지 않으면 아이가 배에 힘을 주기가 어려워 대변을 보기 힘들다. 아이가 변을 못 보면, “괜찮아. 내일 또 해보자” 정도로만 말해준다. 기저귀를 다시 채워주는 한이 있더라도 그 과정에서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한다.
두려움이나 불안이 많은 아이들 중에는 변기 물이 “쏴~” 내려가는 소리에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물이 빨려 들어가듯 엉덩이가 빠져서 빨려 들어갈 것 같아서 변기에 앉지 못한다. 이런 아이들은 아기 변기를 사용하는 것도 괜찮다. 그런데 아기 변기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이 많다. 오감이 예민한 아이들은 플라스틱 변기의 차갑고 딱딱한 느낌이 싫어서 잘 앉으려 하질 않는다. 그럴 때는 옷을 입은 채로 앉혀본다. 변을 보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익숙해지는 것이 먼저이다. 이것을 여러 번 하면 좀 나아진다. 그 다음은 바지를 내리고 앉아만 보게 한다. 처음에는 앉아보게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한 번에 앉아서 변까지 보게 하는 것은 무리다. 앉는 것이 익숙해지면 변은 그때 시도한다.
우리가 변을 보는 과정은, 변의를 느끼고 변을 보려고 하면 그것이 뇌로 보내지고, 뇌는 배에 힘을 주라는 명령을 내린다. 힘을 꽉 주고 변이 빠져나오는 느낌을 받으면 항문이 확 열리게 된다. 이것은 각각 별개의 기능이다. 그 각각의 기능이 한 번에 연결되어야 변이 나온다. 아이가 대변 가리기에 성공하려면 이 일련의 기능이 한 번에 연결되는 경험을 해야 한다. 이것을 못하면 변이 마려워 앉기는 했는데 배에 힘이 안 들어가 변이 나오지 않고, 배에 힘은 줬는데 항문이 열리지 않아 변이 나오지 않기도 한다. 각각 별개의 기능이 연결되는 경험을 한 번만이라도 하면 대변 가리기는한결 수월해진다. 만약 그게 영 되지 않는다면, 재래식 화장실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기저귀를 깔고 쪼그려 앉아 그 위에 똥을 누게 한다. 그러면 생각보다 아이들이 대변을 잘 가린다. 쪼그려 앉으면 배에 힘도 주기 쉬운데다 항문도 잘 열린다. 각각의 기능이 한 번에 연결되는 경험을 하기가 더 용이해진다. 처음 대변 가리기를 할 때는 말로만 시키면 어려울 수도 있다. 엄마가 바지를 내리고 변을 보는 시늉을 하면서 유도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변이 마렵지도 않은데 자꾸 변기에 앉으라고 하고,“이크, 또 못 샀어?”, “또 실패야?”, “노력 좀 해봐” 식으로 자꾸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떻게든 성공시키겠다는 마음에 10분마다 한 번씩 변기에 앉히는 엄마들이 있다. 그러면 스트레스 때문에 아이는 변을 더 보지 못한다. 아이가 변을 볼 때는 “배에 힘줬어? 와~ 똥꼬 열린다” 하며 장난하듯 반응하면서 아이가 어떻게 대변을 봐야 하는지 방법을 알려준다. 변기에 앉으면 “똥꼬 열렸어?”라고 물어도 봐준다. 아이가 “아니” 그러면 실망스러워하지 말고 가볍게 “그래, 다음에 또 해보자”라고 말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편안하게 대소변 가리기를 할 수 있다. 아이가 대변을 유독 못 가릴 때는 혹시 변비가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보아야 한다. 무른 변을 지린다고 하는 아이 중에는 변비 때문에 제대로 된 대변 가리기를 못하는 아이도 상당히 많다. 이런 경우 소아청소년과에 가서 변비 치료를 하는 것이 대소변 가리기에 도움이 된다. 대소변 가리기를 할 때, 엄마가 조심해야 할 것은 강압적인 태도와 함께 몇 가지 말과 표정이다. 절대 때리거나 혼내면서 훈련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 또한 “지지”, “아 더러워”, “냄새 나”라는 말도 삼간다. 아이의 자존심이 상할 수 있다. 아이의 변을 처리할 때의 표정도 더럽다거나 역겨운 표정도 삼가야 한다. 이 시기 아이는 ‘대변=나’라고까지 생각한다.
간혹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대소변 가리기를 하염없이 안 시키는 엄마도 있다. 대소변 가리기를 늦게 시작하면 아이가 말귀를 잘 알아듣기 때문에 단시간에 뗄 수는 있다. 하지만 하염없이 늦어지는 것은 곤란하다. 신체와 심리발달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대소변 가리기가 안 되면 심리적 발달인 자율성 발달에도 문제가 생긴다. 되도록 24개월경, 늦어도 36개월 안에는 떼도록 한다. 24개월 정도 되면 아이는 뭐든 혼자 하고 싶은 의지가 넘쳐난다. 그런데 대소변 가리기가 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너무 많이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 자체가 아이한테 별로 좋지 않다. 뭐든 혼자 하고 싶은데, 정작 혼자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괴로울까? 늦게 떼는 것도 아이에게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또한 36개월에는 유아기관에도 가야 하기 때문에 36개월 안에는 떼도록 하는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