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마음
-
아이마음아이의 퇴행에 대처하는 엄마의 자세
-
또박또박 말 잘하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말을 더듬고,
밤에도 대소변을 정확하게 가리던 아이가 팬티에 오줌을 싼다면 퇴행일지 모른다.
각종 스트레스가 불러오는 아이의 퇴행 현상,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동생이 태어났다 지금까지 가족의 관심과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아이가 동생을 보면, 자신이 더 이상 가족의 중심이 아니라는 생각에 엄청난 불안과 위협감을 느낀다. 이와 동시에 엄마가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부모의 사랑을 빼앗아간 동생에 대해 시기심과 질투가 생겨난다. 아이의 퇴행 양상은 여러 가지로 나타나지만, 동생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는 보통 동생처럼 행동하려고 하기 쉽다. 기저귀를 차려고 하고 이미 뗀 젖병을 물며, 심지어 걷지 않고 눕거나 기어다니려고 한다. 심한 경우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하거나 언어 발달의 퇴행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행동은 대부분 한두 달로 그치지만, 아이에 따라 6개월~1년 정도 지속되기도 한다. 이럴 때 부모는 갑자기 어린아이처럼 구는 아이를 절대 나무라거나 야단쳐서는 안 된다. 대신 아이가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도록 애정을 충분히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생이 생겨도 너를 가장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고, “동생은 아직 말도 못하는데 우리 ○○는 의젓하게 말도 잘하네. 너무 훌륭하다”는 식으로 아이가 동생보다 더 잘하는 점을 칭찬해 우월감을 갖게 한다. 또 매일 의도적으로 큰아이하고만 보내는 시간을 가져 아이의 애정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동생의 출생으로 인한 퇴행을 예방하려면 임신했을 때부터 아이에게 미리 동생이 태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엄마 배나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며 배 속에서 아이가 자라고 있고, 태어나더라도 너무 어려서 엄마 아빠가 돌봐줘야 한다고 미리 설명해 마음의 준비를 시키면 갑작스러운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대소변을 가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자신이 언제 대소변을 보는지 의식하지도 않거나, 기저귀에 편안하게 배변을 하던 아이에게는 갑자기 낯선 변기에 앉아 배변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아직 준비되지 않은 아이에게 억지로 배변 훈련을 시키면, 아이는 엄마가 요구하는 대로 잘되지 않을 때 자신이 무능력하다고 생각해 좌절감과 함께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이때 엄마가 “너는 왜 아직도 대변을 못 가리니?”처럼 비난하는 말을 하면 수치심은 더욱 커진다. 대소변을 잘 가리던 아이도 갑자기 다시 기저귀를 찾거나 못 가리는 경우도 생기는데, 이는 아직 숙달되지 않아서 나타나는 현상. 배변 훈련 스트레스로 인한 퇴행은 대변을 참거나 대변본 것을 숨기는 등의 대소변 문제뿐 아니라 다른 발달의 퇴행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말을 더듬거나 언어 표현 능력이 갑자기 현저하게 떨어지기도 하는데, 이는 자신의 발달 수준을 무의식적으로 낮춰 엄마의 과제 성취 요구로부터 회피하려는 것. 이런 행동을 보이면 우선 아이가 대변이나 소변을 봤을 때 다그치거나 비난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보자. 엄마는 아이마다 대소변을 가리는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우리 아이가 아직 배변 훈련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인정해야 한다. 일단 대소변 가리기를 뒤로 미루고, 아이 스스로 가리려고 할 때까지 기다린다. 즉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해주는 것이다.
어린이집에 입학했다 지금까지 집에서 놀고 싶을 때 놀고, TV 보고 싶을 때 TV 보면서 마음대로 행동하던 아이에게 갑자기 지켜야 하는 규칙이나 질서가 생겼을 때도 퇴행을 보일 수 있다. 아이는 질서 잡힌 구조적인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고,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가 늘어난 것에 심리적 부담감을 느껴 자신감도 잃게 된다. 이때 아이는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하며, 갑자기 팬티에 소변을 보기도 하고 말을 더듬거나 일시적인 틱 현상을 보일 수 있다. 전에는 잘 풀던 퀴즈를 더 이상 풀지 못하거나 글자를 잘 쓰던 아이가 읽지도 못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대개 입학 한 달 정도 지속되다가 어린이집에 적응하면서 차츰 사라진다. 만약 한 달 이상 지속되거나 기간에 상관없이 퇴행 강도가 심하면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다. 어린이집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에게는 “넌 충분히 잘할 수 있어”라고 긍정적인 예측과 함께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사소한 행동에 크게 칭찬하는 것도 자신감을 심어주는 좋은 방법. 아이의 퇴행이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적응하기 어려워하더라도 계속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좋다. 보냈다 안 보냈다 하면 적응하기 더 어렵기 때문. 같은 반 친구 중 단짝을 만들어주거나 교사와 상의해 자유 시간에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나 활동을 하도록 도우면 적응하기 쉽다. 어린이집에 입학하기 전에 미리 집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혼자 밥 먹기, 혼자 손 씻고 양치질하기, 정해진 시간에 낮잠 자기 등의 적응 훈련을 하면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를 한결 줄일 수 있다.
갑자기 젖을 뗐다 모유를 끊을 때도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는 건 마찬가지. 아이는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에 저항하게 된다. 즉, 따뜻하고 포근한 엄마의 젖꼭지를 더 이상 물 수 없다는 사실에 큰 상실감을 느낀다. 이때 아이는 신생아라도 된 것처럼 울고 보채고, 전에는 별로 관심이 없던 인형을 들고 다니고 분리불안이 생길 수 있다. 엄마 젖 외의 다른 음식을 먹이면 구토를 하는 등 거부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아이가 퇴행 현상을 보이면 젖 떼기를 당분간 중단하는 것이 좋다. 갑자기 젖을 떼면 아이가 받는 심리적 충격이 크기 때문. 일단 아이의 퇴행이 진정되면 다시 시도하되, 급하지 않게 서서히 속도를 조절한다. 아이의 행동에 대해서는 야단을 치거나 나무라는 것은 물론 당황하거나 지나치게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따로 재우기 시작했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아이를 무리하게 따로 재우려고 할 때도 퇴행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아이는 잠을 자는 동안 엄마가 사라지지 않을까, 혼자 잠들다 귀신이나 무서운 사람이 잡아가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을 느끼게 된다. 이때 가장 많이 나타나는 행동이 밤에 소변을 잘 가리던 아이가 이불을 적시는 것이다. 또 손가락을 빨거나 말투가 어려지고 젖병을 문 채 자고 싶어 할 수도 있다. 이런 아이에게는 “엄마가 늘 너를 사랑하고 잠들더라도 네가 찾으면 언제든 달려올 거야” 하고 말해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스킨십과 말로 아이에 대한 사랑을 자주 표현하면서 단계적으로 서서히 따로 자는 연습을 한다. 처음엔 낮잠부터 아이 방에서 재우고, 엄마가 아이 방에서 함께 자다가, 아이가 안정된 것 같으면 잠들 때까지 머리맡에서 있거나 잠자리에 누워서도 엄마를 지켜볼 수 있도록 방과 침대의 위치를 조정하는 것이다. 만약 아이의 저항이나 퇴행이 심하면 따로 재우는 연습은 뒤로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집으로 이사했다
어린이집에 입학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이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아무런 마음의 준비 없이 갑자기 낯선 환경에 처하면 극심한 불안감에 ‘새로운 친구가 나를 좋아할까’, ‘새집에서 무서운 괴물이 나오지 않을까’ 등의 걱정에 사로잡힌다. 이때 아이는 말수가 줄고 활동량도 줄게 된다. 대소변을 못 가리거나 걷지 않고 기어다니기도 한다. 이런 퇴행을 막으려면 미리 새로운 환경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마음의 준비를 시켜야 한다. 새집은 어떤 곳인지, 집 앞 놀이터에 어떤 재미있는 놀이 기구가 있는지, 옆집엔 어떤 친구가 사는지 등을 자세히 설명하며 새집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 이사 갈 집이나 동네를 미리 산책하는 것도 좋은 방법. 이사한 후에는 앞으로 이 집과 동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해주고, 어려움이 있으면 엄마가 도와줄 것이라고 말해 아이를 안심시킨다.
심하게 앓았다
간혹 심하게 아플 때나 아픈 후에 퇴행을 보이는 아이도 있는데, 아플 때 엄마가 지나치게 과잉보호한 경우 퇴행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한번 느껴본 아픔이나 통증에 대한 두려움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아이는 자신이 죽지 않을까, 엄마와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는데, 주로 말투가 어려지고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 하며 엄마에게 더욱 의존하게 된다. 이런 증상은 대개 몸이 아픈 동안에 나타나지만 심한 경우 회복된 후에도 1~2개월간 지속되기도 한다. 일단 아이가 회복되면 엄마는 이제 아픈 것은 다 나았다고 말하고 다시는 아프지 않을 거라며 안심을 시켜야 한다. 또 엄마가 앞으로도 충분히 사랑하고 보살펴줄 것임을 확인시킨다.
엄마가 지나치게 엄격하다
평소 엄마가 아이를 지나치게 통제하거나 엄격한 규율을 적용하면 스트레스가 쌓여 퇴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아이는 엄마에 대한 적개심, 두려움, 분노 등의 부정적 감정을 복합적으로 느끼게 되며, 이는 말 더듬기, 대소변 못 가리기 등의 행동으로 나타난다. 이 경우 원인 해결에 시간이 걸리므로 퇴행의 지속 기간도 다른 환경 변화 때문에 나타나는 퇴행보다 길다. 대개 한번 나타나면 3~6개월 정도 지속되어 전문가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아이에게 특별한 변화가 없는데도 퇴행 현상이 나타나면 엄마의 양육 태도를 점검해보자. 이 경우 전적으로 엄마가 바뀌지 않는 한 아이도 좋아질 수 없다. 더 이상 통제하는 엄마가 아닌 수용하고 의논하는, 아이에게 자율성과 선택권을 주는 엄마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엄마 스스로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닫기 어렵고, 문제를 알았다고 해서 지금껏 고수해온 양육 방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으므로, 엄마가 먼저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과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