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고 꼬집는 건 기본, 숟가락 대신 젖병을 달라고 떼쓰고,친구와 엄마에게 폭언을 퍼붓기까지. 도대체 첫째의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그 사연을 살펴보기 전 이것만은 알아두자. 갑자기 동생이 생기는 것은 아이의 일생일대 가장 크고 두려운 사건이다.
동생이 태어났어요!
아이에게 이 세상에 없던 동생의 등장은 엄청난 사건이다. 오죽하면 ‘아내가 남편의 불륜 현장을 목격했을 때와 같은 심정’이라고까지 비유할까. 엄마 아빠가 가장 사랑하던 존재에서 두 번째 사랑하는 존재로 전락했다고 느끼는 이 상황은 아이를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자신보다 동생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부모가 원망스럽고, 그래서 일부러 부모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며 혼자서도 잘 먹고 잘 놀던 지금까지의 일은 까맣게 잊은 듯 퇴행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 퇴행 행동은 먹는 데서 나타난다. 밥을 먹지 않으려고 하는 건 양반, 심한 경우 동생의 젖병을 낚아채 빨아 먹기도 한다. 이렇듯 갑자기 변한 첫째에게 엄마는 화가 난다. 하지만 이제 막 동생을 본 첫째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 바로 화를 내는 것이다. 오히려 아기처럼 구는 아이를 아기로 대해주자. 엄마로서도 쑥스럽겠지만 큰아이용으로 따로 젖병을 마련해 둘째에게 먹일 때마다 함께 주는 것이 안 된다고 야단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다. 이처럼 첫째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어 자신이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퇴행 행동은 점차 사라지게 된다. 만약 이때 퇴행 행동을 못 하게 막으면 아이는 자신의 행동을 제지받았다는 좌절감에 더욱 심각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친구 관계에서도 문제가 나타난다. 아이 기질에 따라 친구를 사귈 때 지나치게 소극적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폭력적 모습을 보이는 아이도 있다. 이때 아이가 보이는 폭력성은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된다. 첫째는 부모로부터 충족되지 않은 사랑을 친구에게 얻기 위해서다. 자신이 화내고 퇴행 행동을 보이는데도 부모가 동생에게 더 관심을 쏟는 것을 경험한 아이는 두 번째 실험을 친구에게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서다. 부모에게 다 풀지 못한 화를 친구에게 푸는 것. 두 경우 모두 아이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는 증거다. 그만큼 동생이 생기는 것은 아이의 일생일대 가장 큰 사건이다.
첫째 아이에게 생길 수 있는 심리 문제
열등감과 피해 의식
동생을 본 첫째 아이 역시 어린 월령인 경우가 대다수다. 유아기에는 부모의 의도를 이해하기보다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므로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처럼 아이는 아직 사회 인지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부모가 어린 동생을 돌보는 것이 특별 대우라고 여긴다. 발달 특성상 인지적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높은 이 시기에 동생을 특별 대우한다는 생각을 하면 더욱 강한 피해 의식에 사로잡힐 수 있다.
불안 증세
동생이 생기면 첫째 아이는 부모에게 받던 애정이 상실되는 것에 불안감을 느낀다. 따라서 부모의 차별 대우에 대해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고 부모의 사랑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정서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만약 이 같은 심리적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아이가 사회생활을 할 때 타인으로부터 관심과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불안해하거나 걱정할 수 있다. 심한 경우 타인의 관심을 얻기 위해 수단과 목표를 가리지 않고 비합리적 행동을 하는 성향을 갖게 된다.
우울증
부모의 사랑을 얻고자 하는 경쟁의식은 만 3~6세에 발달하며 유아기는 형제간 경쟁과 질투가 가장 심할 때다. 이때 심리적 갈등을 해결하지 않은 채 지나가면 질투심이 형제를 향한 분노와 폭력으로 연결되고, 이는 자신을 향한 죄책감으로 이어져 결국 우울증이 생긴다.
첫째 아이의 일반 기질
첫째 아이는 보통 완벽주의적 성향이 강한 편이다. 또한 동생보다는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고 생각해 스스로 부담을 갖는 경우가 많다.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는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신감을 갖지만, 동생이 태어난 뒤에는 부모가 무한한 사랑을 주는 존재가 자신만이 아님을 인지하고, 자신이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고 느끼기도 한다. 일부 맏이는 의젓한 태도로 무엇이든 열심히 하며 앞으로 나서려는 특성을 보이나, 어떤 맏이는 사회적 적응 능력이 부족하고 지배적 성향이 강한 아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성인의 기대나 가치에 잘 따르고 특히 권위적 인물에게 쉽게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
동생이 생긴 첫째 아이의 4가지 유형
1. 열등감을 극복한 유형
동생이 태어나기 전에 자신이 누린 특권을 다시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유형. 보통 부모가 큰아이에게 미리 동생을 맞이할 준비를 시켜 상실감을 예방한 경우 주로 나타난다. 또 동생이 태어난 이후에도 첫째 아이의 마음을 잘 헤아려 애정 분배를 적절히 하고, 큰아이가 자신의 위치에 안정감을 느끼도록 부모가 잘 대처했을 확률이 높다. 이처럼 첫째 아이가 동생을 봤을 때 느낄 법한 상실감에 대해 미리 인지하고, 준비와 대처를 철저히 하는 부모의 행동은 첫째 아이가 동생의 등장에도 흔들리지 않고 현재 상황을 그대로 수용하며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유형의 아이는 대부분 어른들과 사이가 좋고 수용을 잘 하는 편으로, 사회적 책임이나 역할도 잘 수용한다.
2. 차선의 길을 선택한 유형
대부분의 맏이는 동생이 태어나기 전에 자신이 누린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필사적 노력을 하지만 실패하기도 한다. 이러한 아이가 선택한 것은 바로 아빠. 아빠 역시 둘째로 인해 아내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첫째 아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으며 비슷한 상황에 처하는 것. 따라서 이 유형의 아이는 아빠와 연합 관계를 맺고 대리 만족을 얻으며 힘든 시기를 버틴다.
3. 좌절로 인해 화가 난 유형
동생에게 엄마의 사랑을 빼앗기고 심지어 아빠에게조차 상실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런 아이는 상실감과 충격에 휩싸여 난폭하거나 비판적이고 반항적인 아이로 자랄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어린아이일지라도 부모의 사랑을 동생에게 빼앗긴 일은 삶의 큰 좌절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신은 부모의 사랑을 되찾고자 노력했지만 실패해 과거에 집착이 심해지고 권위적 성향을 띠기도 한다. 과거에 집착하다 보니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행동 양태를 보이는 것도 특징이다.
4. 좌절로 인해 속수무책인 유형
좌절감을 느껴 화가 나 있거나 얻고자 하는 것에 집착하는 유형과 달리, 이 유형은 자신이 매우 보잘것없는 존재라고 느낀다. 이 유형의 아이는 동생에게 정복당한 경험으로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무기력하고 위축돼 있으며, 삶의 기본 정서가 부정적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과 협력하고 협조하기보다 관계 형성을 피하거나 두려움, 동기 저하 등 부정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동생이 태어나기 전 부모에게 응석을 심하게 부리던 아이일수록 심리적 문제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