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처럼 아이의 잠자는 모습도 제각각이다. 넓은 곳 놔두고 구석에서 웅크리고 자는 아이, 잠버릇이 심해 온 방 안을 굴러다니는 아이, 웅얼웅얼 잠꼬대를 심하게 하는 아이까지…. 아이의 잠자는 모습은 어떤 심리 상태를 얘기하는 걸까?
몸을 웅크리고 자는 아이
미국의 정신분석 의사인 사무엘 던켈은 여러 환자들을 통해 잠잘 때의 자세에 그 환자의 성격이나 심리가 반영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수면 자세의 유형을 완전한 태아형, 반태아형, 엎드린 자세형, 왕자형, 쇠사슬에 묶긴 죄수형, 스핑크스형 총 6개로 나누었는데, 이 중 얼굴이나 몸을 둥글게 웅크리고 자는 유형이 바로 ‘완전한 태아형’이다. 어른은 물론 아이의 50% 이상이 잠잘 때 이러한 자세를 취한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엄마의 자궁 속에서 가장 편안하게 잠들던 자세를 무의식적으로 취하는 것으로 추측한다.
엎드려 자는 아이
영국의 보디랭귀지 전문가인 로버트 핍스의 보고서 ‘잠자는 자세와 성격 간의 상관관계’를 보면 약 17%가 엎드려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게 문제가 되진 않지만 무게중심이 심장으로 쏠리면 편안함을 느끼면서도 얼굴과 가슴이 눌려서 체형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다. 또 밥을 먹고 바로 엎드려 잘 경우 위가 압박되어 소화불량이 나타날 수 있다. 성장기 아이라면 척추 굴곡에 무리가 가므로 자세를 바꾸는 것이 좋다. 억지로 고치려 하면 역효과만 나므로 아이가 잠든 후 일자로 눕혀 재우거나 옆으로 돌려 재우며 차츰 익숙해지도록 도와줄 것.
잠자면서 잠꼬대를 심하게 하는 아이
자면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웅얼웅얼하거나 마치 대화하듯 이야기하고 울거나 웃는 아이가 있다. 자는 동안 우리의 뇌는 신체의 다른 장기와 마찬가지로 휴식을 취한다. 말 그대로 쉬고 있는 셈. 잠꼬대는 깊은 수면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나타나기 쉬운데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일부 쉬지 않고 활동이 남아 있는 뇌 영역에 의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잠꼬대는 대부분 10세 이전 아이들에게 절반가량 나타난다. 이후 사춘기 때 다시 나타났다가 성인이 되면서 점점 줄어드는데, 꿈을 꾸는 것과 마찬가지로 크게 문제될 건 없다. 몸이 허하거나 피곤할 때 잠꼬대를 한다는 말은 근거가 없는 속설이며, 조금 지나면 다시 숙면에 들게 되므로 자는 걸 깨울 필요도 없다. 단, 특정인의 이름을 계속 반복해서 부르거나 자면서 계속해서 괴로워한다면 스트레스를 받았던 경험이 투영된 것일 수 있다. 이때는 아이를 재우기 전에 좋은 글귀나 그림책을 읽어주어 편안한 마음이 되도록 도와줄 것. 낮 시간에 아이에게 힘들었던 일이나 속상했던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는 것도 좋다.
자면서 움찔움찔 몸을 움직이는 아이
자면서 팔다리를 움찔거리는 행동은 수면놀람증으로 깊은 잠인 렘(REM)수면으로 넘어갈 때 흔히 일어난다. 근육 이완이 자연스럽게 되지 않아 일어나는 현상으로 자주 발생하지만 않는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주변의 소리나 불빛 등에도 이러한 모습을 자주 보인다면 아이가 예민해서다. 조용한 환경에서 잠들 수 있도록 부모가 세심히 신경써주는 것이 좋다.
눈을 뜨고 자는 아이
눈을 반쯤 뜨고 자는 아이들이 있다. 선천적으로 안구가 다른 아이들보다 크고 돌출됐거나 피로가 쌓여 눈꺼풀의 힘이 약해졌을 때 나타날 수 있다. 평소에는 괜찮다가 낮에 과도하게 움직여 피곤을 느끼면 나타나기도 한다. 눈을 뜨고 자도 숙면 상태라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 일단 아이의 호흡이 일정하고 규칙적인지 살펴보자. 눈을 뜨고 있어도 움직임이 없이 숙면을 취하고 있다면 깊은 수면 상태이므로 안심해도 된다. 단, 눈이 검은자위까지 보일 정도라면 안구가 건조해질 수 있으므로 아이의 가슴과 배를 어루만지거나 토닥토닥해주면서 눈꺼풀을 살짝 덮어주는 것이 좋다.
데굴데굴 굴러다니면서 자는 아이
밤새 온 방을 휘젓고 다니며 자는 아이도 있다. 침대에서 떨어지거나 가구 모서리에 머리를 박기도 하는데 아이가 다칠까 싶어 걱정될 수밖에 없다. 활발한 아이일수록 잠버릇이 심한 경우가 많지만 건강하다는 신호이므로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단,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침대보다는 바닥에서 재우고, 가구 주위를 이불이나 베개 등으로 둘러서 부딪치지 않도록 해준다. 이불을 자꾸 차내면 수면조끼 등을 입혀 배앓이를 방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작은 소리에도 금세 깨는 아이
배가 고픈 것도, 잠자리가 불편한 것도 아닌데 작은 소리에도 금세 깨고 유난히 칭얼거리는 아이가 있다. 기질이 예민한 아이로 불빛이 밝거나 작은 소음이 들리거나 낮에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칭얼거리기 쉽다. 무엇보다 부모가 인내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예민한 아이일수록 잠자리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아이가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이다. 잠자리 조명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옆에서 엄마가 자장가를 불러주거나 옆에 있어줄 때 더 쉽게 잠드는지 살펴보고 아이가 가장 편안해하는 환경을 조성해주자.
엄마 없이는 제대로 잠을 못자는 아이
생후 7~8개월 무렵 낯가림이 시작되면 아이는 유독 더 엄마를 찾는다. 이는 잠을 잘 때도 마찬가지. 이 같은 분리불안은 24개월까지 계속되는데,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잠은 기분 좋은 휴식이 아니라 엄마로부터 분리되어 외롭고 무서운 것이라 여긴다. 그러니 아이가 엄마와 좀더 같이 있고 싶어서 떼를 쓰는지, 혼자 잠드는 것이 무서워서 칭얼대는지 세심히 관찰할 것. 그때마다 엄마가 바로 안아 달래주면 엄마의 반응에 익숙해져 혼자 자는 게 더 힘들어지므로 아이가 울더라도 즉각 반응하지 말고 다시 스스로 잠들도록 기다리는 것이 좋다. 그래도 아이가 잠들지 않고 계속 불안해하거나 운다면 아이 곁에 누워 토닥여주면서 엄마가 항상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