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년생, 친구같이 키우기
연년생은 어떻게 보면 ‘한꺼번에 키운다’는 느낌에 부모 입장에서는 조금 수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 사이에서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첫째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동생을 괴롭히는 경우도 많다. 즉 동생을 자신의 경쟁자로 인식하게 되고 부모의 사랑, 장난감, 음식 등을 빼앗아가는 존재로 인식한다. 부모를 독차지하기 위해 분리불안이나 신체 증상(두통, 복통 등)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동생 역시 불과 한 살 어리다 보니 형이나 언니에게 힘이나 기세에서 밀리지 않고 끝까지 대들고 싸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늘 불만에 가득 차 있거나 공격성의 수위가 올라가곤 한다. 또 자신이 동생으로 태어난 것에 대한 억울한 감정을 많이 느낀다. 따라서 부모 또한 일반 행동 패턴에서는 육아가 수월할지 몰라도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감당해내느라 역시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춘기 시절이 지나가고 성인이 되어서는 마치 친구 관계와 같은 형제자매 또는 남매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연년생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1. 싸움을 한 그 자체를 야단친다 형제자매 간의 우애를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서로의 의견이 다를 때는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할 것을 가르친다. 싸움을 일으킬 때는 각자의 잘잘못을 가리기보다는 서로 사이좋게 지내지 못한 것에 대해 둘 다 야단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들 스스로 싸움을 일으키지 않고 지내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2.무조건 개입하지 않는다 아이들 싸움에 부모가 개입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부모의 개입이 아이들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저지르는 가장 흔한 실수는 부모가 항상 재판관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이지?”부터 시작해서 아이들의 의견을 모두 들어보지만 결국은 잘한 아이와 잘못한 아이를 가려낸다. 하지만 실제로 잘못한 아이를 가려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잘못한 경우는 드물 뿐만 아니라 아이들 역시 다툼을 한 데는 각자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급적 부모가 나서지 않으면서 아이들 스스로 싸움을 그치게 기다려주는 것이 현명하다.
3.폭력적 상황이 벌어지면 즉각 개입한다 누구 한 명이 다치거나 누군가를 때릴 때 부모는 그 즉시 개입해야 한다. 이유야 어떻든 폭력을 휘두른 아이를 야단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아무리 화가 났어도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 인내력을 키워줘야 한다. 특히 형제자매 간에 휘두르는 폭력은 나중에 커서도 마음의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부모는 서로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들을 반드시 떨어뜨려놓아야 한다.
4.주변의 도움을 받는다 연년생은 아무래도 비슷한 또래의 두 아이를 한꺼번에 키워야 하므로 엄마의 손이 많이 간다. 남편이 너무 바쁘다면 주변의 도움을 최대한 받아서 엄마 또한 스트레스에 파묻혀 지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5.다툼이 일어날 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노력한다 무엇이든 예방이 중요한 법. 가령 장난감 크기에 신경을 쓰는 두 형제가 있다고 치자. 형이 동생보다 큰 장난감을 갖지 못해 동생을 괴롭힌다면, 큰 장난감을 형한테 줄 것. 반대로 형보다 작은 장난감을 가졌을 때 동생이 분란을 일으킨다면, 크기가 똑같은 장난감을 동생에게 사준다. 둘 다 서로 크기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크기가 분명하게 구별되는 장난감이나 물건은 아예 사주지 않는 것이 좋다.
6.서열을 인정하면서도 공평하게 대우한다 연년생이라 해도 형과 동생 사이에 분명하게 서열이 존재함을 인식시켜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공평성을 강조해 장난감을 사주거나 간식을 줄 때 차이 나지 않게 하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큰아이는 자신이 동생보다 늘 우위에 서고자 하는 심리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때로는 부모가 형인 자신보다 동생을 더 사랑하는 것처럼 느끼고, 어느 때는 동생이 자신보다 더 나아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부모의 사랑과 자신의 우월감이 사라질까 봐 걱정하고, 또 이를 지키기 위해 심리적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동생과 싸움을 일으켜서 자신의 우월감과 강함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는 큰아이를 안심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너는 영원히 형이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동생이 너보다 키가 클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때도 너는 형이다. 그것만으로도 너는 충분하다. 엄마 아빠는 세상에서 너를 처음 만났기 때문에 너를 사랑한다”라는 말을 들려준다. “너는 형이니까 무조건 동생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말과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반면 작은아이는 형을 따라가고자 하는 경쟁 심리가 많은 데다 형보다 힘이 세지 못하고 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열등감을 느끼게 된다. 형에게 싸움을 걸면 자신이 마치 형처럼 힘이 세진 것 같은 느낌을 얻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너도 시간이 지나면 형처럼 될 수 있어. 너는 지금 네 살이기 때문에 글자를 모르는 것이 당연해. 형도 그랬어”라는 말로 아이를 안심시켜준다.
터울 많은 형제 엄마들의 talk! talk!
주휘(12세), 주미(11세), 주하(16개월) 엄마 이연화 씨 “위의 두 아이는 연년생이고 막내는 둘째와 10년 차이가 납니다. 아이 키우는 것을 다 잊어서 주위 분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얻지요. 가장 힘든 점은 위의 두 아이들과 패턴이 달라 아침이 되면 남편과 연년생 학교 보내놓고도 어린 막내를 돌봐야 하니 힘들어요. 큰아이들과 터울이 많아 작은아이 옷이 모자라지만 그래서인지 더욱 더 절약하게 되지요. 하지만 이미 어느 정도 큰아이들을 보다가 새롭게 어린아이를 보니 매우 귀엽고 예쁜 것이 사실이에요. 막내는 볼수록 사랑스러워서 젖을 떼기가 싫을 정도랍니다. 아이 아빠 또한 위의 두 아이들 키울 때보다 지금 더 많이 막내를 예뻐한답니다. 막내도 언니들 따라 하느라 발달도 빠른 것 같아요. 힘든 점이 없진 않지만 오랜만에 예쁜 아이와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태연(9세), 승우(15개월) 엄마 허미정 씨 “큰아이를 제 나이 23세에 낳아서 둘째는 좀 늦게 낳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계획 아래 늦둥이를 낳았지요. 그런데 큰아이가 학교에 들어갈 정도로 큰 상태이다 보니 둘째 때문에 큰아이 학습을 전혀 봐줄 수 없더라고요.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인 3월에 둘째를 낳아서 제일 중요하다는 학교 적응 기간에 몸조리하느라 챙겨주지 못했어요.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눈물이 날 정도로 큰아이에게도, 저에게도 힘든 시기였어요. 누나 공부를 봐주려고 하면 둘째가 울고, 보챘고 지금도 동생이 샘이 너무 많아서 누나에게 관심을 조금만 보이면 연필이고 책이고 뭐든 던지거든요. 또 큰아이 반의 엄마들 모임에도 자주 참석하지 못하니 학교 정보 공유도 힘들어지더군요. 그래서인지 저희 큰아이는 가끔 제가 의지할 정도로 성숙해요. 큰아이에게 둘째를 맡기고 잠시 외출하거나 잠깐 낮잠도 자곤 하죠. 그럴 때면 큰아이가 동생에게 간식도 먹이고 분유도 타서 먹이고 잘 놀아주더라고요. 지금은 제가 힘든 시기라 그런지 터울 많은 형제 갖기를 별로 권하고 싶지 않아요. 둘째도 점점 고집이 생겨서 통제가 안 되고 큰아이도 자기만 봐주다가 동생에게만 신경 쓰는 엄마 아빠에게 서운해하거든요. 지금으로서는 연년생 엄마들처럼 한꺼번에 키우는 것이 엄마에게는 더 좋을 것도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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