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동·청소년발달센터 한춘근 대표는 “어떤 엄마는 너무 쉽게 둘째를 키운다”고 충고한다. 육아가 너무 쉬운 나머지 아이가 필요한 시기에 감각 자극을 주지 않거나 인지능력 발달을 충분히 돕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키울 때, 엄마가 특히 신경 써야 할 육아 포인트는 무엇일까?
0~6 month
자주 안아주고 엄마 목소리를 들려준다
이 시기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배 속에서부터 들었던 엄마 목소리와 따뜻한 품이다. 아이는 이 두 가지에서 안정감을 얻고 엄마와 애착을 형성해나간다. 엄마와의 스킨십은 아이의 성격을 결정하는 데도 영향을 미치는데, 엄마와 애착 형성이 잘되지 않을수록 아이는 예민하고 까다롭게 변한다. 시도 때도 없이 빽빽 울어대는 아이가 되는 것. 첫째 때와 달리 둘째를 키울 때 엄마는 하루 종일 아이 옆에서 집중할 수 없다.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것은 첫째의 시샘과 생떼다. 첫째가 동생을 거부해 백일도 되기 전 둘째를 친정이나 시댁에 맡기고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가는 경우도 흔하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안정감을 찾을 수 없고 엄마와 애착을 형성할 기회도 잃고 만다.
아동발달 전문가들은 초기의 부모와 자녀 관계가 아이의 자아 정체성, 타인과 신뢰를 형성하는 방식, 인지 발달, 사회성 발달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첫째와 둘째, 모두 잘 키우기 위해 엄마는 미리 첫째에게 배려를 구해야 한다. 아이가 새로운 가족을 맞을 수 있도록 임신 기간부터 꾸준히 둘째의 존재에 대해 말해주고, 아이가 태어나면 첫째를 둘째 육아에 참여시켜야 한다. 둘째의 기저귀를 가져오는 것 혹은 물티슈를 뽑는 것 등을 시켜 ‘둘째는 엄마와 내가 보호하고 돌봐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또 엄마는 여전히 첫째를 사랑하고 있음을 온몸으로 보여줘야 한다. 아이가 요구하기 전에 먼저 보듬어줘 스킨십에 목마르지 않게 하자. 그럼에도 아이가 지속적으로 둘째 돌보기를 방해하면 단호하게 ‘동생을 보낼 순 없어. 이제 우리 가족이야’라고 말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처럼 둘째가 태어난 초기에는 첫째가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7~12 month
아이의 안전에 신경 쓴다
이 시기 아이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처음에는 배로 바닥을 밀며 조금씩 움직이다 어느새 무릎을 세우고 앞으로 기어나간다. 바닥을 기며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며 돌아다니는 즐거움을 느끼던 아이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번쩍 일어나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이처럼 움직임이 많은 시기, 아이가 하나였을 때 엄마는 아이의 안전에 최선을 다한다. 기다가 머리를 부딪히지 않게 집 안 곳곳에 안전 가드를 설치하고, 날카로운 모서리는 모두 막는다. 문 틈 사이로 손이 끼지 않게 스펀지를 끼워두기도 하고 방바닥 전체에 푹신한 매트를 깔아 아이가 넘어져도 다치지 않게 한다. 그런데 둘째는 어떤가? 대부분 첫째 때에 비해 반에 반도 준비하지 않는다.
엄마는 둘째가 더 자주, 그리고 크게 다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유는 위험한 상황에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지금 집을 둘러보라. 둘째가 호기심을 가지고 입에 넣을 수 있는 다양한 물건이 눈에 보일 것이다. 첫째의 연필꽂이에 꽂힌 많은 필기구, 눈 깜박할 새 목으로 넘어갈 수 있는 작은 블록, 아이가 먹어서는 안 될 첫째용 간식 등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따라서 첫째를 키울 때보다 훨씬 세심하게 실내 안전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베이비룸 등 안전 가드를 사용해 아이가 위험한 물건이 없는 공간에서 놀 수 있게 해주면 좋다. 첫째와 단 둘이 두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다 큰 것처럼 보이지만 첫째 역시 어리다. 몸을 가누지 못해 둘째와 함께 넘어지기도 하고, 질투심에 엄마가 보지 않을 때 동생 눈을 찌르거나 팔을 잡아당길 수도 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지속적으로 위험에 노출되어 다친 경험이 많은 둘째 아이는 이를 트라우마로 기억해 신체 발달이 늦어지기도 한다.
13~24 month
둘째만을 위한 놀이 시간을 가진다
많은 부모가 아이 둘을 낳고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은 두 아이가 함께 사이좋게 노는 순간이라 말한다. 돌이 지나면 대부분 둘째는 첫째를 졸졸 따라 다니기 시작한다. 첫째가 노는 옆에서 첫째의 장난감을 만지기도 하고 첫째의 놀이에 참여하기도 한다. 첫째 역시 누워만 있던 동생이 어느새 커서 자신의 놀이에 참여하는 것을 보면서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한다. 이때 엄마가 가장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둘째와의 놀이를 오롯이 첫째에게 미루는 것이다. 대부분의 발달 전문가들은 아이는 발달 단계에 맞는 놀이를 해야 제대로 클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 이 시기 모든 아이는 엄마나 아빠와 일대일로 감정을 교류하며 노는 경험이 꼭 필요하다. 엄마가 본인이 해야 할 일, 즉 아이와 놀아주는 일을 첫째에게 미루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돌이 지난 아이는 자신의 능력을 느낄 수 있는 놀이를 충분히 경험해야 한다. 버튼을 누르면 불이 켜지고 피아노 건반을 누르면 소리가 나고, 본인이 움직였을 때 상호작용이 있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 등이다. 신체 활동은 물론 부모와 함께 뒹굴고 부비면서 스킨십 역시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첫째의 장난감은 어떤가? 역할놀이나 인지능력을 발달시키는 장난감이 대부분이다. 형, 누나와 함께 자리에 앉아 크레파스만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낸 아이는 인지능력, 소근육과 대근육 발달, 자아 형성 등이 모두 늦될 수밖에 없다.아빠의 역할도 중요하다. 아빠는 두 아이 육아에 엄마가 지치지 않도록 엄마에게 휴식 시간을 주어야 한다. 퇴근 후 적어도 30분 이상 아이를 도맡아 돌보도록 노력한다. 그래야 엄마가 낮 동안 아이 둘을 데리고 육아라는 전선을 헤쳐나갈 수 있다.
25~36 month
둘째의 심리 상태를 살펴라
두 돌이 지나면 아이는 생떼를 더 부리고 첫째에 대한 질투심과 분노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첫째와 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경향도 있다. 첫째가 부모에게 순종적이고 귀여움을 받는 경우라면, 둘째는 까불거리며 장난꾸러기의 모습으로 부모의 관심을 얻어내려 한다. 반면 첫째가 종종 사고를 치고 부모에게 야단맞는 모습을 봐왔다면 본인은 그것을 통해 부모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고 부모의 사랑을 받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첫째와 싸운 후에도 일부러 당한 척을 하거나 아픈 척을 해 첫째를 곤경에 빠뜨리기도 한다. 따라서 부모는 두 아이가 싸웠을 때 둘째에게 지나치게 너그러운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첫째를 보다 둘째를 보면 당연히 어려 보이고, 아직은 혼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응석과 잘못을 모두 받아주다 보면 아이는 영악해질 수 있다. 눈치 빠른 아이는 될지 모르지만 이는 오히려 자존감을 헤치는 행동일 수 있다. 자신의 존재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부모가 자신을 사랑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따라서 엄마는 첫째와 둘째 모두 공평하게 혼내는 연습을 한다. 연대 책임제를 적용해도 좋다. 두 아이가 싸우거나 함께 잘못을 했을 때뿐 아니라 한 아이가 잘못했을 때 형제나 자매가 함께 꾸중을 듣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첫째와 둘째는 서로 말썽을 피우지 않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칭찬도 마찬가지다. 첫째를 칭찬했다면 둘째도 칭찬한다. 부모가 균형을 잡아야 형제자매간의 다툼을 막을 수 있다. 되도록 둘째 앞에서 첫째를 혼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둘째는 혼나는 첫째의 모습을 보고 첫째를 무시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고, 불안감을 심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