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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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방법완벽한 아기의 언어, 울음 -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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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은 울음이 아기의 언어라면 우리에게 뭔가를 하라고 말하는 게 아니냐고 물어보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아기의 울음은 어른의 울음과는 다르다. 울음은 아기가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아기에게는 울음이 자신의 감정이나 불편을 호소할 수 있는 유일한 소통 수단이다. 또 에너지를 발산하기 위해 울기도 한다. 아기들이 큰 아이들처럼 뛰어놀 수는 없지 않은가. 우는 아기에게 조용히 하라거나 괜찮다고 말하기보다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 더 좋은 반응이다.
“우리 아기가 괜찮았으면 좋겠네. 어떻게 해줄까? 뭐가 필요하니? 피곤하니? 배가 고파?”
아기가 우는 모습을 지켜보기란 정말 힘들다. 어른들은 아기가 울 때 과잉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가 뭘까? 울음이 어린 시절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휘저어 놓고, 버림받았다는 감정 등 두려웠던 순간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아기나 어린아이였을 때 우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거나, 울면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리게 했거나, 꾸지람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기가 우는 모습에서 내면의 분노나 무기력감, 공포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로 되돌려 놓기도 하는데 아기의 메시지가 자신의 문제와 섞여 버리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부모는 참을성이 생기고 아기가 왜 우는지 이해할수 있게 된다. 배가 고픈 건지, 피곤해서 우는 것인지를 서서히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울음의 종류를 식별할 수 있게 되면 아기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
울음은 주의를 환기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기에 당연히 자극적이다. 아기에게 울지 말라고 하는 것은 더 큰 아이에게 “말하지 마. 네가 무슨 말을 하든 나는 관심이 없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울지 못하게 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나쁜 행동일 수 있다. 이는 아기에게 “네 기분이 어떻든지 간에 나에게 말하지 마.”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가 기분이 언짢고 왠지 모르게 우울한데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 “별일 아니야. 괜찮아.”라고 말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아마 무시당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아기가 세 살이 되어 말을 한다면 “엄마, 나 배고파.”라고 말할 것이다. 부모는 아기가 원하는 게 뭔지 이해한다. 따라서 미리 아기의 언어를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자. 발달 심리학자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알레타 솔터Aletha Solter는 《아기는 알고 있다》The Aware Baby의 저자이자 남캘리 포니아 인지양육연구소의 설립자다. 그녀는 RIE 회보 《교양육》(1994년 겨울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울음은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매우 유익하다. 우는 동안 우리의 몸 안에서 이로운 생리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생화학자 윌리엄 프레이William Frey 박사는 인간의 눈물을 분석 한 끝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우리 몸에서 생산되는 물질을 발견했다. 스트레스의 상황이 끝나고 나서도 우리 몸 안에 남아 긴장과 동요 상태를 유지하는 이 화학물질이 눈물과 함께 제거되는 것이다. 생리학자들은 실컷 운 사람에게서 긴장이 감소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울음을 치유 장치로 생각한다면 아기의 울음을 사랑과 지지로 다루기가 더 쉬울 것이다.
목표는 부모와 아기가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분위기다. 아기가 왜 우는지 부모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기술은 부모와 아기의 관계가 깊어지고 아기를 더욱 잘 이해할수록 발달한다.
아기의 울음에 반응하는 법 부모는 아기의 울음에 온화하고 침착하게 반응해야 한다. “우리 아기 울고 있네. 무슨 일이니?”라고 말하면서 아기의 울음을 인정하고 천천히 반응한다. 다음으로, 아기의 기본 요구가 제대로 보살핌을 받고 있는지 확인한다. 배가 고픈 것은 아닌지, 실내 온도는 적당한지 등을 살펴야 한다. 젖은 기저귀에 민감한 아기도 있으므로 기저귀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아기가 배가 고프거나 피곤한 게 아니고 별다른 요구도 없는 것 같다면 아기를 관찰하면서 다른 원인이 있는 건 아닌지 찾아본다.
이때 아기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해 준다. 아기를 부드럽게 안거나 자리에 눕힐 수 있다. 하지만 아기를 안고 흔들어 줄 필요는 없는데 이런 행동은 아기를 더 자극할 수 있다. 또 아기 방의 조명과 소음을 자극적이지 않게 낮추거나 조정한다.
먼저 조용히 해야 아기를 진정시킬 수 있는데, 나라면 조용히 말을 걸 것이다. 어떤 아기는 조용하게 누워 있는 쪽을 좋아하지만, 나라면 안아 주겠다. 하지만 등을 토닥거리거나 위아래로 흔들지는 않을 것이다. 등을 두드리는 것은 위협적일 수 있으며, 때로는 때리는 것과 같다. 아기가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등을 부드럽게 토닥이던 부모의 손길이 점점 강해지고 거칠어지는 모습을 나는 여러 번 목격했다. 우리가 동요하거나 불안해할 때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상상해 보자. 가만히 안겨서 누군가가 부드럽게 말을 걸어 주는 게 좋겠는가, 아니면 위아래로 몸이 흔들리면서 누군가가 등을 두드려 주는 것이 좋겠는가? 나는 심지어 트림을 시키려고 아기 등을 두드리는 것도 찬성하지 않는다.
우리가 아기를 진정시킨다고 생각하는 많은 행위, 예를 들면 아기를 무릎 위에 놓고 둥기둥기 위아래로 흔드는 것이나 흔들의자에 앉히는 것은 우는 아기와 대면했을 때 우리가 느끼는 불안한 에너지와 좌절감을 해소하기 위한 방식이다. 그렇게 하면 아기보다 우리가 더 진정될 것이다. 부모는 아기를 달랜다는 명분으로 자신의 절박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일을 하는데 아기는 이런 부모의 행동 때문에 오히려 스스로 진정하는 법을 배우기가 어려워진다.
아기를 목욕시키거나 옷을 갈아입히거나 기저귀를 갈아 주는 동안 아기가 울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아기가 추운지 혹은 피곤한지 알아본다. 아기를 관찰하면서 신호를 찾아내고 그에 따라 대응한다. 부모의 대처에 아기가 적응할 거라고 믿고 아기가 만족하도록 천천히 한다. 속도를 늦추면 저절로 평온과 협조가 찾아올 것이다.
새내기 부모들이 얼마나 울린 다음 아기를 안아 줘야 하는지 묻는데 구체적인 시간에 대한 현실적인 정답은 없다. 아기의 기본적인 요구를 보살핀 다음에는 부모의 인내심에 달려 있다. 울음의 강도 역시 반드시 중요한 것도 아니다(아기가 신체적인 고통을 호소한다면 어서 빨리 조치를 해야 한다). 어떤 아기는 순간적으로 비명을 지르다가 갑자기 잠이 들기도 한다. 아기를 관찰하고 말을 걸면, 부모의 존재와 부드러운 목소리만으로도 아기를 진정시킬 수 있다.
아기의 울음은 곧바로 부모의 심장으로 향하는데, 이게 원래 울음의 의도이다. 울음은 한밤중에 잠에 빠져 있는 피곤한 부모를 소환하는 아기의 생존 장치다. 아기가 우는 동안에도 귀를 기울이고 시간을 들여 아기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자. 이것이 바로 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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