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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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방법모르고 주는 상처, 형제자매 차별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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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선이의 설움, 부모의 사정
“왜 나만 덕선이야?”<응답하라 1988>에서 주인공 덕선이가 둘째의 설움을 폭발할 때 전국의 수많은 덕선이가 함께 울었다. ‘보라’ ‘노을’처럼 언니와 동생의 예쁜 이름과 달리 ‘덕선’이라는 촌스러운 이름의 둘째가 털어놓는 차별의 역사는 생생하다 못해 처절하다. “왜 나만 계란프라이 안 해줘?” “왜 노을이만 월드콘 사줘? 통닭도 아저씨가 나 먹으라고 준 건데 닭다리는 언니랑 노을이한테만 주고, 나만 날개 주고, 나도 닭다리 먹을 줄 알거든?”드라마를 보면 덕선이 부모가 작정하고 차별을 한 것은 아니다. 없는 살림에 자식 셋 뒷바라지하는 게 녹록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덕선이는 ‘성격이 좋으니까’ ‘덜 까칠하니까’ 이해할 것이라고 어림짐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왈가닥에 꽁한 구석이라곤 없을 것만 같아 보이는 덕선이는 엄마, 아빠의 차별을 하나하나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다. 부모와 자식의 입장은 이렇게 다르다. 작정하고 자식들을 차별한다면 일종의 학대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공평하려고 노력한다. 자기도 모르게 차별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왜 언니만, 또는 동생만 예뻐하느냐고 악쓰는 아이가 오히려 야속하다. 이런 갈등은 아이와 부모가 생각하는 ‘공평’과 ‘차별’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차별이라는 말 자체는 ‘차이를 두어서 구별한다’는 의미다. 아들과 딸은 성별이 다르고, 첫째와 둘째는 나이가 다르다. 부모는 그 차이에 근거해 아이들을 구별하고 대하지만, 아이는 이런 ‘다름’을 이해하기 어렵다.
특성과 나이에 따라 아이가 느끼는 차별
아이들은 어떤 근거나 기준으로 차별을 감지할까? 사실 아이마다 느끼는 차별은 천차만별이다. 실제로 부모의 차별 자체뿐만 아니라 아이가 어떻게 느끼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다. 부모가 아무리 차별하지 않으려 노력했어도 민감한 아이는 차별을 심하게 느끼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데이먼(Damon)이라는 학자가 아이들의 공정성 판단에 대해 연구한 내용을 참고해보자. 3~4세까지는 이유 없이 단순히 ‘내가 이걸 갖고 싶으니까 가져야 해’라고 생각하는 시기다. 그래서 부모가 형이나 동생에게 각각 맞는 선물을 주어도 자기 눈에 다른 형제의 것이 더 좋아 보이면 차별을 느낄 수 있다. 4~5세가 되면 키나 성별 등 눈에 보이는 차이에 따라서 판단을 한다. 그래서 “나는 키가 크니까 더 많이 먹어야지요”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형이면 무조건 동생보다 더 많은 것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 시기다. 5~6세가 되면 철저한 평등을 강조하는데 무엇이든 똑같이 나누는 것이 진리인 시기다. 예를 들어 약속을 지킨 사람만 어떤 선물을 받기로 했더라도 “나도 똑같이 받아야지요. 불공평하잖아요”라고 서운해할 수 있다.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자꾸만 차별을?
아이가 느끼는 차별이 있는가 하면 의도한 것은 아니더라도 부모가 실제 차별을 하기도 한다. 또 은근히 차별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변화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때는 부모의 가치관이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첫째는 동생을 잘 돌봐야 할 책임이 있고, 둘째는 형을 잘 따라야 한다’는 생각 같은 것이다. 이럴 경우 첫째에게는 또래보다 과도한 책임이나 어른스러움을 기대한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눈물도 어리광으로 치부하거나 양보를 강조할 수 있다. 반면 둘째에게는 갈등이 있을 때 일단 형에게 사과부터 하게 하는 식으로 훈육하기 쉽다. 성별에 따른 차별도 여전히 있다. 물론 요즘은 딸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예전에 비해 아들과 딸에 대한 차별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애초에 차별을 해서가 아니라 아들은 듬직했으면, 딸은 애교가 많았으면 하는 바람 같은 것이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아들과 딸이 아빠에게 애교를 부릴 때 딸에게는 ‘딸바보’ 미소를 짓지만, 아들에게는 “왜 이렇게 촐랑거리느냐”고 무안을 주기도 한다. 만일 부모 자신은 몰랐지만 아이들이 왜 차별하느냐고 입을 삐쭉거리는 일이 잦다면 혹시 부모의 양육관이나 신념이 어떤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부모를 가장 힘들게 하는 문제는 뭔가 모르게 차별하고 있다는 걸 알 듯한데 변화가 어려운 경우다. 이런 경우 원인은 다양하다. 실제 더 예쁜 짓을 많이 하고 키우기 수월한 자식이 있다. 연구 결과에서도 아이의 까다로운 기질보다는 순한 기질이 애착 형성에 유리하다고 한다. 또 부모 자신이 형제 관계나 부모와의 관계에서 경험했던 감정이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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